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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 수상작] ‘세상물정의 물리학’ 저자 김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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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 수상작] ‘세상물정의 물리학’ 저자 김범준

입력
2015.12.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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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별 게 다 궁금한 물리학자 김범준. 별나 보이는 연구도 하지만, 통계물리학의 전통적 주제인 상전이 현상이 그가 주력하는 연구 주제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그림 1 별 게 다 궁금한 물리학자 김범준. 별나 보이는 연구도 하지만, 통계물리학의 전통적 주제인 상전이 현상이 그가 주력하는 연구 주제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물리학이 이런 것도 연구하나? 프로야구 구단이 원정 경기 다니는 이동거리를 최소화할 경기 일정표 짜는 법은? 혈액형과 성격은 상관이 있을까? 다들 왜 자녀 사교육에 목을 맬까? 남산에서 돌을 던졌을 때 김서방이 맞을 확률은? 한국 정치의 고질병 지역감정의 숨은 비밀은? 물리현상이 아니라 사회현상, 심리현상을 물리학이 설명하다니, 어리둥절하다.

김범준(48)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가 쓴 ‘세상물정의 물리학’은 통계물리학으로 분석한 세상, 그야말로 세상물정의 물리학이다. “오지랖 넓게 별 게 다 궁금한 물리학자시군요.” 일상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물리학 저서로 한국출판문화상 저술(학술) 부문 수상을 안은 김 교수에게 축하 인사로 농담을 건네자 그는 파안대소했다.

세상의 모든 물체는 입자로 구성돼 있다. 통계물리학은 많은 입자로 구성된 시스템을 연구하는 분야다. 학문으로 정립된 지 100년쯤 됐다. “어떤 현상에 접근하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죠. 통계물리학이 물리현상을 설명하는 틀을 사회현상에도 적용하기 시작한 지는 10~20년쯤 됐는데 이걸 사회물리학이라고 부릅니다. 통계물리학은 응용 범위가 넓어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전체 3장으로 된 이 책의 2장 표제는 ‘복잡한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계물리학의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울 것까지야! “아름답죠. 아인슈타인 장방정식의 아름다움은 수식 자체가 아니라 그 한 줄의 식으로 중력을 이해할 수 있다는 데 있죠. 마찬가지로 통계물리학은 정량적 접근으로 복잡한 세상사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름다워요.”

별스러워 보이는 질문과 주제를 연구한다고 해서 괴짜 물리학자로 불리는 건 사절하겠다고 했다. “이 책의 내용 같은 주제는 제 연구의 30% 정도이고 나머지는 추상적인 연구에요. 물이 끓어서 수증기가 되는 것, 얼어서 얼음이 되는 것, 자석이 되는 것 같은 상태 변화, 상전이 현상이라고 부르는 그런 사건이 왜 일어나는지 알아내 일반화하는 것, 보편적이고 근본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통계물리학의 전형적인 연구 주제이고 제 본령이죠.”

물리학 논문에는 주어가 없다. 주관에 따라 연구 결과가 바뀌면 과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주제를 선택하느냐는 주관이 작용한다. 김 교수는 본문 첫 머리에 이렇게 썼다. “가치 중립적인 과학은 없다. 핵분열과 핵융합의 물리학은 세계 정치 지형을 바꿨고, 현재 진행되는 빅데이터 물리학은 이미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니 연구실에 갇힌 ‘세상물정 모르는 물리학자’라도 세상물정을 설명하는 테이블에인문학이나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 나란히 앉을 권리가 있다. 통섭 또는 융합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런 경향을 김 교수는 “이쪽 저쪽 다 알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각자의 도구를 들고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같은 현상이라도 어느 방향에서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법이므로. 이 책을 쓴 목적도 거기에 있다.

“논문은 전공 학자만 읽잖아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이건 이런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싶은 것들을 소개했어요. 우리 사회현상에 불합리한 게 많은데, 각자 자기 위치에 갇히지 말고 객관적으로 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객관성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과학의 정신으로.”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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