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귤은 오렌지보다 붉고 큰 귤입니다. ‘Bitter Orange’라는 영어이름이 보여주듯이 쓴맛이 날 정도로 시큼하다는군요. 시인의 방을 이토록 자극적인 과일들로 가득한 상자로 만들어버린 건 다름 아니라 사랑입니다. 사월에게 재잘대는 노란 수선화처럼 아름다운 소녀를 사랑해서 시인은 또다시 벽장 같은 방에 세를 들었습니다. 사랑이 영원하다고 믿는 것은 어쩌면 미신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녀는 곧 시인을 뿌리치고 떠날 테고 지금 그녀의 다정한 ‘안녕하세요’도 신기루처럼 금세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시인은 고마워합니다. 먼지 쌓인 채 손 닿지 않은 곳에 놓여있던 이 마음을 잠시라도 꺼내주었으니.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인기 기사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