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가 벌어진 11월 13일 바타클랑 극장 앞 거리에 한 희생자의 시신이 놓여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 테러 공포로 떨었던 한 해

톨레랑스(관용)의 나라 프랑스 국민에게 2015년은 공포로 점철된 한 해였다. 새해 벽두(1월 7일)부터 총을 든 두 형제 테러리스트가 파리 시내에 위치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본사 건물로 침입해 난사, 언론인 등 17명이 사망했다. 테러의 비극은 이어졌다. 11월 13일 밤, 주말을 즐기기 위해 거리로 나선 파리시민들은 테러범들의 총기 앞에 쓰러져야 했다. 이슬람국가(IS) 테러범들이 파리 축구장과 극장 등에서 저지른 총기난사와 폭탄테러로 130명이 희생돼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이후 프랑스와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들은 IS의 심장부인 시리아 락까를 겨냥해 복수전을 시작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회의 도중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제로금리’공식 포기 선언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12월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9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유럽과 중국 일본 등은 경기부양의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미국의 나홀로 금리인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7년 만에 제로금리를 벗어난 미국은 점진적으로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내년 중 0.25%씩 4번의 인상이 단행돼 2016년 말에는 기준금리가 1.37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규모 달러 유출의 비상이 걸린 신흥국들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둘러 금리를 올리기도 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을 대체로 미 금리 인상의 안전지대로 분류했지만 가계부채를 관리하며 물가도 유지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지난 11월 9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민족주의민족동맹(NLD)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얀마의 봄, 아웅산 수치 총선 승리

1962년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는 40년 넘게 군사독재가 유지됐다. 하지만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11월 8일 25년 만에 진행된 자유 총선에서 상ㆍ하원 의석 중 59%를 확보하면서 민주화의 봄이 시작됐다. 내년 단독정부를 구성하고 대통령을 낼 수 있게 된 NLD와 수치 여사의 행보, 그리고 이들의 정적에서 파트너로 변신하려는 군부의 역할은 큰 관심거리이다. 민주화의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미얀마 개혁 개방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미얀마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줄다리기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공관에 들어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아베 집단자위권 담은 안보법안 표결

전범국가 일본을 전후 70년 만에 다시 ‘전쟁할 수 있는’나라로 돌려 놓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집단자위권 법제화가 완성됐다. 9월 17일 일본 자민ㆍ공명연립여당이 참의원 특별위원회에서 안보관련법안을 강행 처리한 데 이어 19일 본회의 표결처리가 됐다.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공격받은 경우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반격하는 권리인 집단자위권은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가능케 했다. 일본 언론들이 내놓은 시나리오에 따르면 안보법안의 통과로 향후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는 주일 미군에 ‘탄약’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탄약의 범주에는 핵무기도 포함될 수 있다.

고무보트를 타고 터키 해안을 떠난 시리아 등지의 난민들이 그리스의 에게해 레스보스섬에 앞에 도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고속도로와 바다를 가득 채운 난민 행렬

내전과 경제난에 눈물을 머금고 고향을 등진 중동과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초가을 지중해와 서유럽 행 길목을 가득 메웠다. 9월 2일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아일란 쿠르디, 8월 말 헝가리 국경 인근 오스트리아 고속도로변 냉동트럭 안에서 질식되어 세상을 떠난 71명의 이름 모를 난민들은 유럽 이민정책의 문고리를 열어젖혔다. 하지만 파리 테러를 전후해 세상은 이들에 대한 경계를 다시 높이며 차가운 겨울로 내몰았다. 벨기에는 국경 검문 검색을 강화하고 한 때 봉쇄를 검토했다. 관대한 난민정책을 폈던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도 검색 수위를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가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선 레이스 폭풍의 눈으로

6월 16일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 지명 레이스 출마를 선언하고 내년 대선 경쟁에 뛰어들 때까지만 해도 그는 그저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 하지만 ‘위대한 미국의 부활’을 내세운 트럼프의 인기는 쉽게 식지 않았으며 11월 파리 테러 이후엔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이상의 지지율을 얻으며 그야말로 폭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트럼프는 12월 7일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공화당 내 비판에 부딪혔다. 급기야 공화당은 각종 막말과 기행에도 불구하고 질주를 이어가는 트럼프를 낙마시키기 위해 중재 전당대회를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의 한 폭스바겐 매장 앞에 차량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일보자료사진
친환경 車의 역습, 폭스바겐의 눈속임

세계 자동차 업계 1위인 독일 폭스바겐이 2009년 이후 6년 동안 디젤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사실이 9월 말 드러나 친환경을 앞세워 불티나게 팔리던 디젤승용차의 신화가 흔들렸다. 조작장치를 장착하고 판매된 차량은 폭스바겐 1,100만대에 아우디 210만대, 스코다 120만대 등에 달했다. 급기야 2016년형 폭스바겐 디젤 신차에도 저감장치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가 장착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연말까지 파문은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폭스바겐은 미국의 관련 차량 소유자들에게 최대 1,250달러를 현금으로 제공해 배상에 나서기도 했다.

총기난사가 벌어진 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이매뉴얼 감리교회에서 조문객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미국 총기난사

14명이 숨진 한 12월 2일 미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 총기 테러는 올해 들어 미국에서 발생한 355번째 총기 난사 사건이다. 이날이 2015년의 336번째 날인 만큼 사실상 미국의 총기난사는 하루에 한 건 이상 발생한 셈이다. 생방송 중 기자를 총으로 쏘고 이를 SNS에 올리는가 하면(8월 26일 버지니아주), 예배 중인 교회 안에서 난사(6월 17일 찰스턴)해 9명을 죽이는 등 수법도 날로 잔인해지고 있다. 이에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2월 5일자에서 1920년 이후 처음으로 1면에 사설을 싣고 총기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끊임 없는 총기 관련 범죄에도 규제에 소극적인 정부와 정치인을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의회 연설을 앞두고 생각에 잠겨있다. AP연합뉴스
치프라스의 승리…그리스 위기 속으로

긴축재정에 반대했던 알렉시스 치프라스의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1월 25일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그리스 경제에 위기가 엄습했다.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부채상환 연기 요청을 거절하면서 그리스의 채무불이행과 유로존 이탈(그렉시트)은 가시화됐고 세계 경제는 리먼 사태를 능가할 충격을 예상하며 움츠러들었다. 국채 금리가 치솟고 뱅크런이 잇달아 파국으로 향했던 그리스 위기는 7월 중순 치프라스 총리가 유로존 정상들과의 협상에서 860억 유로 규모의 긴급지원을 받기 위해 긴축안을 받아들이면서 한 풀 꺾였다. 치프라스 총리는 구제금융 합의를 이끈 덕분에 9월 조기 총선에서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이란 부셰르 원자력발전소의 전경. AP연합뉴스
핵 비확산의 최대 난제, 이란 핵 협상 타결

2002년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 폭로된 이후 13년 간 지속됐던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의 핵 협상이 7월 타결됐다. 이란이 국제사회의 핵사찰을 받아들이고, 국제사회는 이란의 각종 경제제재를 풀어주는 내용의 핵 협상 타결로 사실상 지구상에서 ‘비핵화’의 테두리 밖에 놓인 곳은 북한이 유일해졌다. 7월 협상 타결 이후 남은 일정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에 대한 핵 조사도 12월 15일 공식 종료되고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멈췄다’는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승인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이란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곧바로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로 한 만큼 핵 협상타결은 유가 하락세도 부추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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