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무디스, 세계적 불경기 속 '한국 Aa2' 상향

국제신평사 ‘빚 갚는 능력’ 우선시
“美 금리인상 후 자본 유출 우려에
방파제 역할 할 것” 기대감 커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주말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단계인 ‘Aa2’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적 불경기 속에 일본, 프랑스, 브라질 등 선진ㆍ신흥 경제대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줄줄이 깎이는 가운데, 한국만 유일하게 ‘신용등급 역주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무디스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 건전한 대외부채 구조, 재정 상황 등을 매우 좋게 평가했다. 하지만, 국가신용등급은 전반적 경제상황보다 대외 지표가 우선 고려된다는 점에서 마냥 샴페인만 터뜨릴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빚 갚는 능력’을 보는 국가신용등급

무디스는 18일(현지시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3’에서 ‘Aa2’로 상향 조정했다. Aa2는 무디스의 등급 사다리 중 세 번째로 높은 것인데, 한국이 이 등급을 얻은 것은 처음이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나 피치 등 다른 3대 신평사에서도 한국은 아직 세 번째 등급은 얻지 못했다.

신평사들이 특정 국가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리는 근본 이유는 “빚을 갚는 능력이 더 개선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매기는 경제 점수표와 신평사의 채점표가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외적인 악재(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기 후퇴 등)와 대내적 취약성(성장동력 약화, 가계부채 급증 등)이 모두 두드러지는 상황임에도, 무디스는 한국의 대외부채 상환능력이 우수하다고 판단해 등급을 올렸다.

구체적으로 무디스는 ▦한국의 통합재정수지(국가의 일반ㆍ특별회계 및 기금까지 포함하는 수지)가 2010년 이후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부채가 30% 수준으로 낮고 ▦순국제투자(한국이 외국에 투자한 돈에서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한 금액을 뺀 것) 잔액이 지난해부터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의 요소를 감안했다고 밝혔다. 앞서 9월 중순 S&P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올릴 때도 ▦우호적 정책환경 ▦견조한 재정상황 ▦우수한 대외건전성 등을 등급 상향의 이유로 제시했다.

나라 밖에서 보는 잣대를 중시하는 이런 신평사의 평가는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와 그래서 다를 때가 많다. 국민들은 국가의 빚 갚는 능력보다는 고용, 성장률, 소득분배, 내수, 물가, 가계부채 등에 따라 경기를 판단한다. 정부가 최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준비하면서 국민 1,0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54.3%가 ‘지난해와 살림살이가 비슷하다’고 답했고, 39.5%는 ‘나빠졌다’고 답했다. ‘나아졌다’는 응답은 6.2%뿐이었다. 기업이 느끼는 경기도 나쁜 상황인데, 한국은행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ㆍ기준 100)는 지난달 68을 기록해 장기평균(2003~2014년)인 81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용등급 상승 소식이 언뜻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신평사들은 한국의 대외 신용도를 보고, 국민들은 국내 경기만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가령 경상흑자가 많은 것도 신평사 입장에선 가점 요소지만, 실제론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생기는 불황형 흑자의 성격으로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0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한국의 신용등급을 Aa2로 한 단계 상향조정한 것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 금리인상 이후 자본유출 방파제 될까

신평사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비록 체감 경기를 제대로 반영하진 못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우려되는 급격한 자본 유출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방파제 역할을 하게 될 거란 기대감이 높다.

국가신용등급이 오르면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이 돈을 밖으로 빼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이 이번에 무디스에서 받은 신용등급은 신흥국 중에서는 가장 높고, 일본 이탈리아 등 일부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흥국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상황에서 이번 등급 상향은 한국 대외 신인도가 다른 신흥국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도 국가신용등급이 상당히 높았던 상황에서 맞았던 위기라는 점을 감안해, 신용등급이 오를수록 더욱 대외 변수를 유의해야 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한국은 95년 5월 S&P로부터 ‘AA-’, 96년 6월에는 피치로부터 ‘AA-’ 등급을 받았지만, 불과 1년여만인 97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고 그 등급을 다시 회복하기까지 15~18년이 걸렸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번 등급 상향은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에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서도 “(4대부문) 구조개혁 입법이 지연되면 대내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국가 신인도에 큰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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