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퇴진 구호 자제 등 경찰과 충돌 없어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노동개악 저지,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3차 민중총궐기 '소(란스럽고)요(란한) 문화제'가 열려 참석자들이 손팻말과 뿅망치 등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문화제 형식으로 개최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13곳에서 동시에 열린 이날 집회에는 투쟁본부 소속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의 조합원과 시민 2,500여명(주최측 추산 5,00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노동 개악 저지 ▦농민 백남기씨 쾌유기원 ▦공안 탄압 분쇄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투쟁본부는 선언문에서 “정부가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을 골자로 하는 노동개악 강행을 시도하고 있고 수많은 복지 공약들은 축소, 폐기됐다”며 “노동개악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과 4차 민중총궐기 등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집회 형식으로 대회를 치르려던 투쟁본부는 경찰이 보수 단체의 집회가 먼저 접수됐다는 이유로 거부하자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주최측은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소요죄를 적용한 것과 집회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항의하는 의미로 ‘소요(소란스럽고 요란한) 문화제’로 명명했다.

사회를 맡은 김정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문화제 형식의 집회로 구호를 외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가진 악기로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자”며 “이 함성이 멀리 있는 백남기 농민의 심장에 들리고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에게 들리도록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제준 민준총궐기투쟁본부 정책팀장은 “박근혜정부가 집회를 방해하고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위축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위축되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노동개악 저지,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3차 민중총궐기 '소(란스럽고)요(란한) 문화제'가 열려 참석자들이 호루라기를 불고 탬버린과 손바닥 모양의 소리 유발 기구 등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참가자들은 흰색 고양이 가면 등을 쓰거나 각자 부부젤라, 탬버린, 막대풍선 등 소리가 크게 나는 악기나 냄비 등의 가재도구를 들고 나왔다. 고릴라 가면과 치킨 모자를 쓴 시민도 눈에 띄었다. 참가자들은 문화제가 정치적으로 번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형 현수막이나 깃발 사용을 최소화했다.

주최측이 “문화제는 구호를 외칠 수 없다”고 말하긴 했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앞서 경찰은 정치적 현수막을 내걸거나 유인물 배포, 구호 제창 등이 이뤄질 경우 집회시위로 간주하고 강경 진압하겠다고 밝혔다.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노동개악 저지,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3차 민중총궐기 '소(란스럽고)요(란한)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4시 30분 문화제를 끝낸 뒤 무교로와 광교, 종로를 거쳐 1차 총궐기에서 쓰러진 농민 백남기(69)씨가 입원해있는 종로구 서울대병원 후문까지 행진하고 오후 7시쯤 해산했다. 문화제와 행진에서 경찰과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행사를 ‘순수 문화제’가 아닌 집회, 시위로 판단하고 투쟁본부 집행부를 사법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참가자들이 정치성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피켓을 사용하고, 발언자들이 정치적 발언을 한 점 등을 근거로 이번 문화제를 ‘미신고 불법집회’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행사의 전체적인 전개 양상을 보면 순수 문화제의 범위를 넘어섰다”며 “문화제를 빙자해 ‘위장 불법집회’를 개최한 투쟁 본부 관계자에 대해 사법 조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신혜정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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