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이 단행되었다. 마치 전 세계의 신경이 곤두서 있는 듯하다. 이로 인해 지구의 수많은 나라, 기업, 개인의 운명이 바뀌게 될 것만 같다. 그런데 이런 우려와 불안 속에 간과하기 쉬운 사실은 이번 연준의 결정이 지난 2008년 시작된 경제위기로부터의 회복이라는 진단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간 이를 위해 시행된 비정상적 시술들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의미, 즉 경제위기의 종식 선언이라 할 수 있다. 그 선언이 때 이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1913년에 만들어진 연준은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한다. 민간은행들은 그들이 고객들에게 대출해준 총액의 일정 비율을 준비금으로서 연준 산하 연방준비은행들에 예치해야 한다. 그 준비금의 비율, 그리고 민간은행들에게 직접 빌려준 돈의 이자율을 조정하는 방법을 통해, 연준은 민간은행들의 대출 가능 총량을 제한하고 이로써 시장에 풀리는 통화량을 제어한다. 연준은 정부 기관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은행이었기 때문에, 설립 초기에는 금융권 내부의 업무, 즉 민간은행들에 대한 지원과 감독에 역할을 집중하였다.

이 같은 연준의 역할은 1929년 세계 대공황 이후 크게 변했다. 1932년 대통령이 된 루스벨트는 적극적인 투자 증진책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하려했는데, 이는 자본주의 경제의 부 창출에는 투자가 핵심이라는 케인스 경제학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상황은 민간 투자의 극단적 위축으로 인한 물가 폭락과 기업 도산 그리고 대량실업으로 요약될 수 있었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가 인프라 건설과 공기업 창설 등의 공공 지출을 통해 직접 투자자로 나서야 했다.

국가의 투자 덕에 일자리를 찾은 이들은 시장에서 적극적 소비자가 될 것이고, 그 늘어난 소비는 다시 일반 기업의 투자를 자극할 것이다. 또한 그 헤픈(?) 국가를 고객 삼아 되살아난 기업들 역시 투자를 시작할 것이다. 이 투자를 가속화하는 방법으로 등장했던 것이 바로 연준의 금리 인하 정책이었다. 즉, 이로써 일반 기업들은 투자금을 금융권에서 더 쉽게 빌릴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당시 연준의 정책으로 민간 투자가 실제 늘었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이제 그것은 금융권 내부만이 아니라 전체 경제의 성장에 관계하는 주요 국가 정책이 된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1973년 시작된 또 한 번의 대규모 경제위기 이후로 연준의 금리 정책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 위기는 오일 쇼크로 인한 생산 원가 폭등이 투자를 위축시키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위축된 투자는 물가 하락을 몰고 온 것이 아니라 가파른 물가 상승과 맞물렸다. 학자들이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불렀던 이 같은 기현상에 대해, 만약 정부가 루스벨트 시절처럼 투자 증진책을 편다면, 시중에 풀린 정부의 돈 때문에 물가는 더 뛸 것이다. 따라서 당시는 투자 증진보다 물가를 잡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였고, 자연히 연준의 금리 정책이 재정부의 지출 정책보다 더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연준은 금리를 한 때 20%까지 올리는 초강수를 두면서 경제위기와의 싸움을 전방에서 지휘하였다.

2008년 경제위기는 1970년대와 같은 기이한 양상을 띠지는 않았기에, 미국 정부는 루스벨트 식 지출 정책으로 대응하였다. 공적 자금 투입으로 도산하는 기업을 막고 시중에 풀린 돈으로 투자를 유도하여 궁극적으로 경기 회복을 이룬다는 기대였다. 여기에 연준은 전대미문의 제로금리 정책을 통해 이를 적극 지원하였다.

지난 7년 간 이 정책은 몇몇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위기 탈출에 기여했다는 것이 연준의 현재 판단인 것 같다. 낮은 실업률과 뚜렷한 임금 상승세가 근거이다. 이제는 돈이 시장에 비정상적으로 풀려야 할 이유는 없으며, 오히려 그것은 이 정상화된 상태를 해치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16일 열린 경제관련장관회의.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우리 사회는 이 같은 미국의 경제 정상화 선포에 되레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물론, 그 동안 싼 이자에 세계 각국에 퍼졌던 자본들이 미국 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요동치듯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가치가 오를 달러화로 인한 변화도 세계 경제에 부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은 2008년 세계 경제위기의 진원지 미국이 그 종식을 선언한 희망적인 일이기도 함을 잘 알아야 한다.

특히, 별안간 우리 경제의 위기론을 들고 나온 현 정부가 그랬으면 좋겠다. 이번 주 대통령과 일부 여당 인사들은 “큰 위기” “대량실업” 그리고 “비상사태” 등의 ‘무서운’ 담론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며 정부의 기업 및 노동 정책 관철을 외쳤다. 하긴, 위기의식 조장을 통해 특정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의 기업, 기관, 학교 등에 속한 이들이라면 한 번쯤 목도해본 일이니 별 놀라울 것도 없다.

노경덕 광주과학기술원 교수ㆍ서양사

관련 기사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