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연합뉴스

정부가 15일 내년 건강보험료를 0.9% 올리기로 했다. 2009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소 폭의 인상이었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돌아오는 혜택은 적은데 건보료만 오르는 것 같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팽배했다. 불황에 생활이 팍팍해진 탓도 있겠지만 ‘서민만 쥐어짠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에 대해 정부가 수수방관한 탓도 클 것이다. 소득ㆍ재산 과표 변동 분을 반영해 지난달부터 인상된 건보료를 내는 지역가입자 244만 세대의 반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출범과 함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 형평성 문제를 안고 있는‘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묵은 과제가 해결되나 싶었지만 3년이 다 되도록 정부는 모르쇠다.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정부 안을 마련하기 위해 1년 이상 전문가 회의를 열었고, 지난해 9월에는‘소득 외 수입이 많은 직장인에게 더 많은 건보료를 물리고, 직장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무임승차하는 자산가가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개편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안 발표를 하루 앞둔 올 1월 28일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은 돌연“추진하지 않겠다”며 발표를 연기했다. 비난 여론이 일자 당정은 지난 2월 재추진 뜻을 밝혔다. 물론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복지부는“연내 발표는 어렵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국회 홈페이지에는‘실직해 직장 가입자에서 지역 가입자가 됐는데, 집이 있다는 이유로 건보료가 1.5배가 뛰었다’는 한 50대 가장의 하소연이 올라와 있다. 살고 있는 집에서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꼬박꼬박 내야 하는 건보료 15만원은 그에게 결코 적은 돈일 수 없다. 정부는 국민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해서는 안 된다. 총선을 앞두고 건보료가 인상될 부유층들의 표를 의식해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일각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부과체계를 개선할 의지가 없다면 희망고문이라도 멈춰야 한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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