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계산을 통해 내놓은 거친 막말과 인신공격 발언으로 미국 보수층의 지지를 얻어낸 도널드 트럼프. 연합뉴스

‘테러리즘보다 더 무서운 게 트럼피즘(Trumpismㆍ트럼프주의)’이라는 개탄까지 나오고 있지만, 미국 공화당 지지층 사이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거친 주장이 부정할 수 없는 대세라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무슬림 입국 금지 주장 이후 국제사회의 공적으로 전락해 곧 사퇴할 것 같지만, 핵심 계층의 지지세는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가 쏟아내는 막말에는 마케팅 기법에 바탕을 둔 치밀한 계산이 숨겨진 것으로 밝혀져 그가 공화당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9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 프라이머리(경선) 유권자의 3분의 2가량이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발언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폴리틱스와 퍼플스트래티지가 2016년 대선에 참여할 유권자 605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공화당 유권자의 65%가 트럼프 발언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2%, ‘모르겠다’는 13%였다.

이와 관련, 워싱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성 공화당 주류에 대한 반감이 워낙 깊어 트럼프가 무슨 말을 해도 무조건 지지하려는 ‘트럼피즘’이 공화당 지지층 저변에 확산됐음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지지자들 가운데 3분의2 가량은 무소속이나 제3당 후보로 나서더라도 지지할 태세다. 전날 USA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가 공화당을 이탈하더라도, 대선에서 지지하겠다는 비율이 68%에 달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공화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대로 놔둬 트럼프를 최종 후보로 뽑자니 본선 패배가 확실하고, 구실을 붙여 중도 퇴출시키자니 무소속 출마로 표를 깎아 먹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데이비드 졸리(플로리다) 하원의원 등 일부 공화당 주류 인사들이 ‘트럼프 퇴출’을 주장하고 나섰다. 트럼프가 최종 후보로 나서면 본선에서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조사에서도 전체 유권자를 상대로 했을 때, 트럼프에 대한 호감도는 33%에 불과했다. 그러나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피즘에 빠진 공화당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을 우려해 그의 퇴출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마구 쏟아낸 것 같은 막말이 실제로는 잘 계산된 행보라는 사실이 과학적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6월 출마 이후 그가 거친 단어를 사용한 횟수와 시기,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된 글을 분석했더니 잘 정돈된 마케팅기법의 패턴이 확인됐다.

예컨대 팔로워가 65만명이 인스타그램은 누군가를 비판하는 메시지나 영상을 올리는 통로로 특화하고, 50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트위터 계정으로는 향후 유세나 방송 일정, 혹은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식이다. 또 끊임없는 반복으로 제품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듯 ▦ 젭 부시=허약ㆍ무기력 ▦마르코 루비오=경박 ▦벤 카슨=허언 등의 메시지를 트위터나 유세를 통해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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