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제가 사는 동네에는 눈이 많이 내렸어요. 공중을 한껏 날아오르다 떨어지는 눈을 바라보며 시인의 시를 읽습니다. 저 눈발들이 12월에 핀 사과꽃이라니, 눈의 결정이 달콤한 향기의 모서리로 유리창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사과꽃이 피고 지면 열매가 맺히겠지요. 프로스트는 이런 시를 쓴 적이 있어요. “내 긴 사다리의 두 끝은 아직도/ 나무사이로 하늘을 향해 뻗어있고/ 그 옆에는 내가 채우지 못한 사과통 하나.” 아직 빈 통은 채워지지 않았고 사과는 나무에 잔뜩 매달려 있지만, 그는 사과 따기를 그만둡니다. 그가 말하길 “나는 너무 많은 사과를 땄기에/ 내 자신이 바랐던 풍작에 너무 지쳤다.”(‘사과를 딴 뒤에’)

그런데 정끝별 시인은 열매 따는 일에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이제 곧 붉은 사과가 열릴 것”이라는 말도 무심해 보이기만 해요. 하얀 꽃송이들을 바라보느라 수확의 근심 따위는 다 잊은 것 같아요. 우리가 사과따기에 너무 지쳐서일까요? 시인의 천하태평이 자꾸 좋아집니다.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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