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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과학=인문학, 최고의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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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과학=인문학, 최고의 성과”

입력
2015.12.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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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개 출판사 913종 응모

교양ㆍ학술부터 어린이 부문까지

깊이와 재미 갖춘 책 많아

한국일보가 주최하고 KT&G와 하나금융이 후원하는 한국출판문화상은 책을 읽고 쓰고 만드는 모든 이들의 축제이면서 치열한 경쟁의 장이다. 전년도 11월 1일부터 당해년도 10월 30일까지 나온 신간 가운데 출판사들이 가장 자신 있는 책으로 응모하기 때문에 후보작으로 뽑히는 것도 좁은 문이다. 56회째인 올해는 241개 출판사 913종이 응모해 5개 부문에서 10종씩 50종이 후보작에 선정됐다.

후보작을 선정하는 예심은 11월 30일 한국일보 편집국에서 열렸다. 7명의 심사위원들이 사전 추천한 책 목록을 중심으로 검토해서 뽑았다. 과반수 이상 추천 받은 책을 우선 올리고 나머지 책들은 출간 의의, 출판 생태계의 다양성, 출판의 사회적 역할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선정했다.

11월 30일 오후 한국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에서 심사위원들이 책을 검토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11월 30일 오후 한국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에서 심사위원들이 책을 검토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예심 결과 드러난 가장 두드러진 경향은 과학책의 약진이다. 저술-교양 부문에서 선정된 10종 중 ‘김대식의 빅퀘스천’ 등 6종이 과학책이고, 어린이청소년 부문(‘내 이름은 태풍’), 저술-학술 부문(‘이종필의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번역 부문(‘직관펌프, 생각을 열다’), 편집 부문(‘우주 레시피’)에서도 각 1종씩 총 10종이 후보작으로 뽑혀 전체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과학이야말로 인문학”이라고 심사위원들이 입을 모아 말할 만큼 과학과 인문을 넘나들며 깊이와 재미를 갖춘 좋은 책이 많았다.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의 최종 수상작은 26일자 한국일보에 발표한다. 김경집(인문학자) 김지은(아동문학 평론가) 백승종(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장은수(출판평론가) 이현우(서평가) 이정모(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씨가 심사를 맡았다.

장은수ㆍ출판평론가

차마 내려놓기 아까운 책이 많았다. ‘진격의 과학’이었다. 교양 부문에서는 물리학, 생물학, 인류학 등 과학 전 분야에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들이 많았다. “과학이 바로 인문학”이라는 테제가 이미 상상을 넘어 현실이 된 기분이다.

편집 부문에서 세월호와 밀양에 대한 두 가지 기록은 현실에 대한 응전을 중요한 사명으로 하는 출판기획의 힘을 보여주었고, 시간과 연구의 이중 축적이 바탕에 있어야 가능한 사전류의 잇따른 출간은 모바일 시대 책의 역진화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했다.

번역 부문에서는 고전의 재번역을 하나의 화두로 삼고 싶다. 재번역이란 연구의 획기적 진전과 언어 감각의 뚜렷한 변화를 동반할 때 유의미하며, 하나의 전형이 이루어진 후에는 연쇄반응이 일어나기 쉽다는 점에서 앞날의 추이가 흥미롭다.

어린이ㆍ청소년 부문에서는 그림책에 무작정 홀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 그림책이 세계 최정상에 이르렀음을 다시 확인했다.

한기호ㆍ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디지털 시대를 맞아 종이책 종말론이 나온 지 20년 이상 됐지만, 지금도 사람들은 종이에 놓인 정보를 즐기고 있다. 종이책에다 디지털을 입혀 부가가치를 키우는 일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그림책이다. 한국 그림책의 수준이 세계의 선두에 올라섰음을, 그 역량이 아동서와 청소년 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의성 있게 외국서적을 빠르게 번역해서 내놓는 역량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만 이 시대의 이슈를 제대로 천착하는 책이 많지 않은 것은 아쉽다. 출판은 날로 커지는 양극화와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 등 우리 사회의 현안을 제대로 다루고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사회과학 서적이 많지 않았던 것은 이미 몰락하고 있는 대학 내의 인력들이 자기 생존에 급급한 바람에 발생한 필자 기근 탓이기도 할 것이다. 반면 우리 출판에서 상대적으로 약했던 과학책은 저술-교양 부문에서 절반 이상 차지할 정도로 약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과학이야말로 진정한 인문학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은 올해 최고의 성과라 할 것이다.

이정모ㆍ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출판문화상에서 가장 흥미를 끌던 분야는 번역상이었다. 외국의 좋은 책을 좋은 번역으로 읽고 싶다는 갈망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좋은 번역가들이 많이 등장했다. 올해도 본선에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 넘쳤다. 선정작이 대부분 영어로 된 책이며 스페인어와 한자어를 번역한 책이 일부 포함되어 있을 뿐 다른 언어의 책이 없었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교양서에서 단연 강세를 보인 것은 과학책이다. 과학과 인문의 경계에 서 있는 책도 많이 눈에 띄었다. 교양과 학술, 어린이청소년 부문에서도 각 전문 영역을 넘나드는 초학제성이 두드러졌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주제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내는 책도 많아지고 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함께 유려한 글쓰기 그리고 인접분야에 대한 깊은 소양이 있는 저술가들과 편집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김지은ㆍ아동문학 평론가

출판 불황과 어린이 독자 수 감소로 어린이청소년 신간 발행 종수가 줄어들었는데도 본령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어린이가 제약 없이 뛰어들 수 있는 유쾌한 상상의 공간을 구축한 그림책(‘수박수영장’ 등), 밀고 당기는 민담의 리듬이 살아있는 유년동화(‘겁보만보’), 민화의 넉살과 섬세함이 가득한 그림책(‘소원을 말해봐’) 등을 읽으면서 이런 생기 넘치는 작품들이 여전히 우리 어린이 곁에 있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다.

작은 책 한 권이 어린이 앞에 놓이는 예술작품임을 생각하면서 열악한 조건을 딛고 최선을 다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고집스러운 작업들도 있었다. 시간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투입한 작업의 밀도와 집중력이라든가(‘대추 한 알’ ‘작은 역사’), 파격적인 이미지와 서사 구성의 과감함(‘이빨 사냥꾼’), 삶을 경외하게 만드는 문학적 깊이(‘모르는 아이’, ‘추락하는 것은 복근이 없다’) 등이 돋보이는 여러 작품들을 보면서 우리 아동청소년도서의 현재가 탄탄하다는 것이 반가웠다. 다만 상당한 성취를 이루었다고 생각했던 작품 일부가 출품되지 않아서 심사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예심 선정작 목록]

▦어린이ㆍ청소년 부문 (기사보기)

▦저술(교양) 부문(기사보기)

▦저술(학술) 부문(기사보기)

▦번역 부문(기사보기)

▦편집 부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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