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노조 파괴 불법행위 논란

탈의실에 비방 문서 뿌리고
“데모에 끌려간다” 문자메시지도
회사 측은 “조직적 압박 없었다”
JTBC 드라마 '송곳'은 2000년대 초반 대형마트를 배경으로 한 노사문제를 다룬다. JTBC 제공

지난달 30일 롯데마트 서울역점 여직원 탈의실. 직원들은 사물함에 꽂힌 A4용지 만한 유인물을 발견했다. 이 지점에서 일하는 이모(42)씨가 전 직장인 재능교육 노동조합 위원장(지부장)을 하면서 조합비를 횡령했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이씨는 2,076일간 진행됐던 국내 최장기 농성‘재능교육 사태’당사자 중 한 명이다. 지난해 4월 재능교육에서 계약이 해지된 뒤 7월부터는 롯데마트에서 일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는 지난달 출범한 제2노조(민주롯데마트노조)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이씨는 “재능교육 노조 지부장을 할 때 다른 사업장에 연대 투쟁하러 갔다가 2,3개월 구속됐고 그 후 조합집행부가 바뀌었다”며 “구속기간 전임비를 받았지만 출소 후 전임비를 노조에 다 돌려줬는데도, 사측은 조합비를 횡령했다고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고강도ㆍ저임금ㆍ비정규직 등 국내 노동문제가 집약돼 있는 대형마트에서 사측이 개입해 노조 결성을 방해하고 결성된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행위가 속속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민주노총 산하 제2노조가 출범한 롯데마트가 대표적이다. 롯데마트 2노조는 사측에 ▦장갑ㆍ청소도구 등 근무에 필요한 장비 일체 지급 ▦업무 준비 목적의 조기 출근과 업무 마무리 목적의 연장근무를 근로시간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2노조는 출범 한달 여 만에 조합원이 500명 이상으로 늘었다.

2노조에 따르면 사측의 노조와해 시도는 집요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달 울산의 한 지점에서는 중간관리자가 회식자리에서 직원들에게 “회사가 지켜보고 있다” 는 식으로 노조탈퇴를 유도하는 발언을 했고 실제로 조합원 4명이 가입 20여 일만에 탈퇴하기도 했다. 이 지점 중간관리자는 “울산지부 간부 중 진보정당 구의원 출신이 있어 노조원이 되면 데모에 끌려가야 된다”는 문자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낸 일도 있다. 또 다른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최근 관리자가 “노조에 가입하면 회사에서 강경대응할 것이다”고 직원들을 압박했다고 이마트 노조측은 전했다. 그러나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하려 한다는 이유로 사측이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류하경 변호사는 “노조 조직과 운영에 사측이 개입하려는 것으로 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규정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민주롯데마트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가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자 사측은 노조간부에 대한 인신공격과 허위사실 유포, 겁박 등으로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 한다”며 “사측의 이 같은‘부당노동행위’가 중단되지 않으면 노동관서에 진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 측은 “일부 지점에서 그런 행위가 있었는지 몰라도 법 테두리내의 노조 활동을 회사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압박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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