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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YS의 정치 유산, 정치권부터 올바로 이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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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YS의 정치 유산, 정치권부터 올바로 이어가야

입력
2015.11.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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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애도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개중에서도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인사들의 잇따른 조문과 고인에 대한 회고담에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다. 오랜 ‘무조건 대립’을 잠시 내려놓고, 민주화와 문민통치의 기틀을 다진 고인의 업적과 유산을 함께 되새기는 정치권의 모습에서 정치가 서 있어야 할 제자리를 새삼스레 확인한다.

김 전 대통령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1970ㆍ80년대 민주화 항쟁을 ‘쌍끌이’로 이끌었음은 물론이고, 87년 개헌으로 틀을 갖춘 민주주의의 뼈대에 힘줄과 근육, 살을 붙였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이란 필생의 좌우명이 일깨우듯, 옳은 일에는 거침없이 결단하고 몸을 사리지 않고 이뤄내는 특유의 추진력이 없었다면, 경제정의의 기초인 금융실명제 도입이나 군(軍)의 정치개입 개연성을 차단한 하나회 해체, ‘역사 바로세우기’ 등은 불가능했다. 순식간에 시대정신을 포착하는 뛰어난 통찰력과 직관력에서 비롯한 힘이다.

그런 생전의 업적에 덧붙여 서거 이후 국민이 오랜만에 이제는 ‘가까운 과거’가 된 민주화의 참뜻을 반추하고, 현재의 민주화 좌표를 점검하는 것을 보면, 정치 거인이 역사에 찍은 발자취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롭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빈소 방명록에 ‘음수사원(飮水思源), 즉 ‘물을 마실 때는 수원(水源)을 생각한다’고 적고, “민주주의가 생활화해 마치 공기처럼 어디서 왔는지 생각을 안 한다”고 밝힌 것도 그런 뜻이다. YS와 DJ라는 두 정치 거인, 그들과 함께 한 시대를 가로질러온 세대의 영광을 떠올릴 때 그들의 고난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일 게다.

그와 동시에 3당 합당이란 최대의 정치적 오점마저 다른 업적에 먹칠을 하지 못하는 여론의 분위기는 역사에 대해 우리 모두가 얼마나 겸허해야 하는지, 역사의 해석이 얼마나 빛과 그늘을 있는 그대로 온전하게 드러내야 할 것인지도 일깨운다. 기억이 생생한 가까운 과거에 대해서도 그런데, 그보다 훨씬 먼 과거에 대한 해석에서 평가와 비난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서야 안 될 일이다.

무엇보다 사실상의 유언인 ‘통합과 화합’은 정치권과 국민 모두 함께 이어받고 되살려나가야 할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이다. 적어도 고인의 빈소에서는 여당 내 친박ㆍ비박이나 여야 지도부가 대립과 갈등을 접고 함께 고개를 숙였다. 눈앞의 짧은 이해에 연연하는 대신 국민의 진정한 바람이 무엇인지를 살필 수만 있으면 여야와 각각의 당내 파벌이 뼛속까지 상대에 대한 반감으로 채워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민주주의가 고(高)비용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것은 갈등과 대립의 해소 틀로서 유용하기 때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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