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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이웃에 소탈했는데…” 상도동 주민들 조기 걸고 조문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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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이웃에 소탈했는데…” 상도동 주민들 조기 걸고 조문 행렬

입력
2015.11.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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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했던 대통령… 역사가 평가할 것”

주민들 슬픔 속에서도 영면 기원

“민주화 업적 남긴 큰 별이 졌다”

거제시 생가에도 문상객 줄이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22일 오전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김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추모객들이 김 전 대통령 흉상 앞에서 고인을 추억하고 있다. 거제=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22일 오전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김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추모객들이 김 전 대통령 흉상 앞에서 고인을 추억하고 있다. 거제=전혜원기자 iamjhw@hankookilbo.com

시민들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애도를 표하고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김 전 대통령이 1969년부터 거주했던 서울 상도동은 이날 깊은 슬픔에 잠겼다. 고인의 자택 인근 이웃들은 아침 일찍 조기를 내걸고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20년째 상도동에 살고 있는 이용재(80)씨는 “김 전 대통령은 길에서 만나면 나를 ‘아’라고 부를 만큼 이웃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소탈한 분이셨다”며 “주민들을 모아 함께 단체 문상을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32년째 상도동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함경섭(70)씨는 “아들의 허물이 있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YS는 정직한 대통령이었다”며 “하나회를 없앤 것이나 금융실명제를 실시한 공적도 커 역사의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서거 소식을 듣고 충북 음성에서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을 찾은 오택영(68)씨는 “대한민국의 여러 권리를 신장시키는 등 민주화를 일군 주역인데 이렇게 가시는 게 아쉬워 직접 조의를 표하고 싶어 올라 왔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 김 전 대통령 생가에는 오전부터 전국에서 온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 생가와 바로 옆 분향소가 설치된 김영삼대통령기록전시관에는 이날 오후 4시까지 조문객 2,400여명이 찾았다.

충남 보령시에서 소식을 듣고 찾았다는 정대준(45)씨는 “서거 소식에 일정을 조정했고 6시간 30분을 달려 생가를 찾았다”며 “금융실명제 실시, 군(軍)의 사조직인 하나회 해체 등 개혁적인 정책으로 민주화에 앞섰던 정치인을 잃었다”고 애통해했다.

김 전 대통령의 육촌 동생 김양수(62ㆍ경남 거제시)씨는 “가족으로서 아픈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많은 분들이 함께 애도를 표해주시는 것 같아 위안이 된다”며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거목이라는 점만은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생가는 1893년 지어졌으며 2000년 8월 김 전 대통령의 부친 고 김홍조옹이 대지와 건물 일체를 거제시에 기증했다. 시는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기 위해 5억 원을 들여 2001년 5월 지금의 모습으로 재단장했다.

경남 거제시를 포함해 부산과 경남지역에도 분향소가 설치되고 있다. 거제시는 이날 오후 김영삼대통령기록전시관과 거제실내체육관에 분향소를 설치, 조문을 받고 있다. 경남에는 경남도청 앞, 진주시청 앞 광장, 양산시 종합운동장, 거창군청 로터리 등에 분향소가 각 1곳씩 설치된다. 부산은 부산시청 1층 로비와 부산역광장 앞에 각 1곳씩 분향소가 설치된다.

PK(부산ㆍ경남)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했던 김 전 대통령이었기에 부산시민들도 한결같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미숙(78ㆍ부산 동래구)씨는 “우리나라 발전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진행됐다면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라는 업적을 남겼다”고 했고, 김경식(32ㆍ부산 북구)씨는 “우리세대에게도 부산에서 정치활동을 했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는 친숙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광주·전남 지역민들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특히 광주항쟁 민주화 단체들은 김 전대통령이 5ㆍ18 민주화 운동 특별법 제정과 국가기념일 지정 등을 통해 신 군부를 처벌하고 광주시민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준 점을 기리며 “큰 별이 졌다”고 애도했다. 사단법인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공동회장인 박광태 전 광주시장은 “군사정권 종식으로 민주화를 성취했고, 통일로 가는 길을 닦은 공로는 김대중, 김영삼 두 전 대통령의 공”이라고 평가했다.

공과가 분명했던 고인의 업적은 시민들 기억 속에 뚜렷이 각인돼 있었다. 직장인 김지훈(32)씨는 “어린 시절이었지만 경복궁 뒤 옛 조선총독부 건물이 해체되는 통쾌한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임기 초반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키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막판 연세대 사태와 노동법 날치기 등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일은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광주=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거제=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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