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약속한
김진태 총장 내달 1일 임기 마쳐
결국 차기 총장에 사건 넘어갈 듯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안내실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달 20일 우스꽝스러운 소식이 야당을 통해 전해졌다. 2012년 대선 전 ‘좌익효수’란 이름으로 수천 건의 악성 댓글을 단 국가정보원 직원이 원대 복귀했다는 얘기였다. 좌익효수는 극도의 여성비하와 호남인을 ‘홍어’로 비하하고 5ㆍ18을 폭동으로 왜곡한 장본인. 그런 그가 대기발령(6개월) 조치가 풀려 대공수사국 요원으로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검찰은 내부징계 시기가 만료될 때까지 문제 공무원의 기소여부를 판단하는 게 보통이다. 범법자에게 국가업무를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검찰은 김진태 검찰총장 2년 임기 내내 이 사건을 덮어두고 있다.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이 좌익효수의 문제를 인지한 지는 30개월이 지났다. 좌익효수가 성적 모욕 및 국정원법 위반혐의로 피소된 지도 26개월이 흘렀다. 그 사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은 기소와 대법원을 거쳐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좌익효수는 작년 6월 한 차례 조사를 받았을 뿐이고 이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원 전 원장을 기소했던 과거의 검찰과, 좌익효수 사건을 묻어둔 지금의 검찰은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 사이 검찰은 국정원 직원 한 명 수사조차 눈치를 보는 조직으로 전락한 것일까. 지난 달 1일 국정감사에서 늑장수사 지적을 받은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은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50일이 지나도 달라진 것은 없다. 22일에도 검찰 인사는 “수사 중이며 기소, 불기소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검사들은 스스로 검찰 본연의 임무가 실체적 진실을 위한 수사(搜査)에 있다고 말한다. 그런 검찰에서 면피용 수사(修辭)만이 오가는 걸 보면 이제는 사법적 원칙보다 정치적 판단이 우선이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건,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등에서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기소를 마다하지 않던 검찰 아닌가. 그렇게 기소한 참여정부 관계자들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결국 무죄를 선고 받았다.

김진태 총장은 일주일 뒤인 12월 1일 임기를 마친다. 지금 검찰 분위기로 볼 때 좌익효수 사건은 차기 총장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수남 총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명심하고 모든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기시감이 있는 이런 다짐만으로 그간의 공허함을 메울 수는 없다. 김진태 총장도 2년 전 인사청문회에서 더 강하게 “중요사건일수록 국민의 뜻을 살펴 불편부당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겠다”면서 “검찰의 본분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좌익효수를 고소한 이경선씨는 본보에 “어린아이에게 댓글 테러를 일삼은 국정원 직원에 대해 수사하지 않는 검찰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원일 사회부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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