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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아침을 여는 시] 함께 나눈 밤들

입력
2015.11.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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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두 가지 놀라움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먼저 사랑의 무세계성(無世界性). 유재하의 노래 ‘우울한 편지’에도 나오죠. “어리석다 해도 나약하다고 해도 강인하다 해도 지혜롭다 해도… 내겐 아무 관계 없다는 것을.” 사랑하는 이가 세계라는 무대 위에서 주연인지 조연인지, 약자인지 강자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모든 사랑이 그런 건 아니지만 확실히 사랑에는 세계를 다 지워버리고 사랑하는 이들만 남겨두는 강렬한 속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옵니다. 사랑의 거대한 그늘이 걷히면 당신과 내가 지닌 각자의 그림자가 드러납니다. 단 한 번도 함께였던 적이 없는 것만 같은 이 서늘한 분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엘뤼아르는 천재 화가 달리와 사랑에 빠져 딴살림을 차린 아내 갈라의 아파트에 가서 이 긴 산문시를 읽습니다. 그리고는 속삭이지요. “나이프가 그것이 잘라낸 것과 조화를 이루는 만큼만이라도 내가 아직 당신과 어울리는 존재라면 얼마나 좋을까. 피아노와 침묵, 시야와 광막함.”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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