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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타고 택배 배송하는 중국

입력
2015.11.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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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후허하오터시에선 택배 기사들이 말을 타고 물건들을 배송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출처 바이두
최근 중국 네이멍구자치구 후허하오터시에선 택배 기사들이 말을 타고 물건들을 배송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출처 바이두

최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최대 도시 후허하오터(呼和浩特)에는 말을 탄 택배 기사들이 고층 빌딩 숲 사이를 누비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11월11일 중국의 온라인 할인 판매일인 광군제(光棍節) 행사로 택배 주문량이 폭주하자 물건을 좀 더 빨리 배송하겠다며 초원을 누비던 말까지 동원하고 나선 것이다.

원래 택배기사들은 전동 삼륜차를 이용, 물건들을 배송했다. 전동 삼륜차는 빠른데다 유지비도 적게 들어 영세 택배 업체들에게는 안성맞춤 운송수단이다. 골목길도 구석구석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전동 삼륜차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각종 문제들이 발생했다. 일부 택배 기사들은 교통 신호를 지키지 않고 난폭 운전을 일삼았다. 인도까지 점령하며 달리는 전동 삼륜차에 보행자 안전도 큰 위협을 받았다. 이에 후허하오터시는 대낮에는 전동 삼륜차를 운행할 수 없다는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전동 삼륜차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배송은 지연됐고 고객들 성화는 빗발쳤다. 결국 택배 기사들은 궁여지책으로 전동 삼륜차 대신 말을 타고 물건들을 배송하기 시작했다. 택배 기사가 이제 택배 기수가 된 것이다.

한 편의 코미디 같은 이 일화엔 중국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열쇠들이 있다. 먼저 중국 소비 혁명의 역동성과 잠재력이다. 말까지 동원해 택배를 해야 할 정도로 이번 광군제의 택배 주문량은 폭발적이었다. ‘쌍11’이라고도 불리는 11월11일 광군제 하루 택배 주문량은 총 6억8,000만개를 기록했다. 단순 계산하면 중국인 2명중 1명이 온라인 주문을 한 꼴이다. 이날 하루 온라인 매출도 총 1,229억4,000만위안(약 22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주문이 밀리며 광군제가 마무리 된 지 열흘이 됐지만 아직도 주문한 물건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이달 안에 주문한 물품을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일 정도다. 이러한 모습은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그 동안의 수출이나 투자에서 내수와 소비로 빠르게 옮겨 가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외부에서 보면 아무래도 중국의 제조업 경기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제조업은 현재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구조조정 중엔 망하는 회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갖고 중국 경제 전체를 재단하면 오판하기 쉽다. 사실 중산층이 성장하며 중국의 소비는 폭발하고 있다. 불황이 아니라 활황이다.

중국 정부와 시장의 불균형과 부조화rk 우리에겐 기회이다. 전동 삼륜차로 인한 문제가 있다고 이를 전면 금지시킨 것은 일당독재 사회주의 국가나 가능할 법한 발상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건 당국의 금지에 전동 삼륜차 대신 말을 타고 택배에 나선 중국 상인들의 대응이다. 중국인은 ‘위에 정책이 있다면 밑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고 말한다. 당국이 현실과 동 떨어진 정책을 펴도 일반 국민들은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 이를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중국인의 상술은 유전자에 각인된 듯 하다. 만약 중국 정부가 시장의 발목을 잡는 정책만 쓰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의 성장 기회는 더 커질 것이다. 거꾸로 본다면 아직 중국 정부와 시장이 엇박자를 내고 있을 때 한국과 우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빈 틈이 많으면 비집고 들어가기 쉽다. 최첨단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물품을 택배 기사들은 말을 타고 배송하는, 21세기와 원시 시대가 함께 공존하는 게 중국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지만 광군제는 여전히 중국이 기회의 땅임을 다시 보여줬다. 한국도 20일부터 내달 15일까지 이어질 K세일데이 행사를 시작했다. K세일데이 행사가 중국의 광군제처럼 한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과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박일근/2015-11-20(한국일보)
박일근/2015-11-20(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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