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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IS와 인도네시아 이주민 관련짓지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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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IS와 인도네시아 이주민 관련짓지 말았으면”

입력
2015.11.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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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누스라 추종' 印尼인 검거 소식에

예배 참석한 이주민들 분위기 침울

"그 친구 때문에 반감 커져" 한숨도

테러동향 등 파악하려는 감시 늘자

印尼人 단체 ICC도 곤혹

19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이슬람성원을 찾은 신도들이 테러로 희생된 프랑스 국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19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이슬람성원을 찾은 신도들이 테러로 희생된 프랑스 국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19일 낮 12시30분께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에 있는 이슬람성원에 하얀색의 왓치(이슬람 모자) 등을 착용한 외국인 이주민 20여명이 모여들었다. 성원에서 매일 오후 1시15분에 열리는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지상 5층 규모의 성원은 2013년 안산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이 6억여 원을 모아 다문화거리 인근에 지은 건물이다.

이곳 1층에 설치된 수도시설에서 얼굴과 손발을 씻고 2층 예배실로 올라가는 이들의 모습에선 걱정스런 표정과 경계의 눈빛이 교차했다. 이슬람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알누스라(승리)전선’을 추종하는 불법체류 인도네시아인 A(32)씨가 전날(18일) 경찰에 검거됐다는 소문이 퍼진 탓이었다. 지난 주말 파리 테러의 배후로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지목되면서 일터 등에서 가뜩이나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던 터라 분위기는 더욱 침울했다.

이날 이슬람성원 앞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이주민들은 전날 '알누스라'를 추종하다 적발된 동포 탓에 '이슬람 포비아'가 퍼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등 무거운 대화를 나눴다.
이날 이슬람성원 앞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이주민들은 전날 '알누스라'를 추종하다 적발된 동포 탓에 '이슬람 포비아'가 퍼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등 무거운 대화를 나눴다.

4년여 전 인도네시아서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온 마망(45)씨는 “테러로 희생된 프랑스 국민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있다”며 “우리도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IS를 싫어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에 잡힌 친구도 장난으로 그런 사진을 찍어서 올린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며 무슬림에 대한 지나친 경계시선을 우려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도 자국민이 테러조직과 연관돼 한국 경찰에 붙잡힌 소식이 큰 이슈인 듯했다. 3년전부터 안산 반월공단 사출공장에서 일하는 아마드(33)씨는 “인도네시아에 두고 온 아내(29)와 딸(6), 아들(5)이 현지 방송에 이 내용이 크게 보도되고 있어 내게 안부를 물어왔다”며 “그 친구 한 명 때문에 인도네시아인 모두가 그런 것처럼 돼 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5년여 전 한국에 귀화한 샤하아름(45ㆍ방글라데시)씨는 “우리는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진정 코란을 믿는 자들이라면 살인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잇단 사건으로 국내 거주 인도네시아 이주민들의 동요가 심해지자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관 공사가 이날 이슬람성원을 직접 찾았다. 디딕에거푸치얀더 공사는 “우리는 우리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인들도 IS 등 테러단체와 인도네시아인들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디딕에거푸치얀더 공사는 성원 4층에서 인도네시아 이주민 10여명과 점심을 겸한 간담회도 가졌다.

안산 인도네시아인 커뮤니티(ICC)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정원과 경찰 등 정보기관이 테러단체 등과 연관된 동향이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ICC 측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문제의 A씨가 ICC 회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산이주민센터에 전달하는 등 테러조직과 무관함을 강변하고 나섰다. ICC는 안산에 거주하는 인도네시아인 1,400여명 대부분이 회원일 정도로 국내 인도네시아인 커뮤니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박천응 안산이주민센터 대표는 “미국의 9ㆍ11테러 때도 정부기관이 이주민들을 사찰하듯 대해 압박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이슬람포비아의 확산은 거센 반발심을 불러일으켜 실제적 위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하게 IS와 연관됐다는 것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국내법은 없다”면서 “정부가 불법체류자 단속을 명목으로 엉뚱한 뒷북정책을 쏟아내지나 않을지 걱정”이라고도 했다.

한편 경찰에 검거된 A씨는 충남 아산시 음봉면에서 일용직 노무자로 전전했고, 천안시 신방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글ㆍ사진=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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