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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난민을 두려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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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난민을 두려워 할까

입력
2015.11.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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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시리아 난민들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팻말이 난민 수용 거부 움직임에 동참한 미국 애리조나주 주지사 사무실 앞에 걸렸다. 애리조나=AP 연합뉴스
17일 시리아 난민들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팻말이 난민 수용 거부 움직임에 동참한 미국 애리조나주 주지사 사무실 앞에 걸렸다. 애리조나=AP 연합뉴스

“5살짜리 시리아 난민 고아조차도 미국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슬람국가(IS)가 파리에 이어 미국까지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서자 17일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강경한 어조로 시리아 난민 거부 입장을 밝혔다. 지금까지 밝혀진 파리 테러범의 신원 중 시리아 국적자는 없고 모두 유럽연합(EU) 소속국 출신이라는 사실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2011년 이후 미국이 수용한 시리아 난민 숫자가 1,500명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테러 공포 앞에서는 무기력해 미국 50개주 중 27개주가 난민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테러 공포는 정상적이지만, 시리아 난민에 대한 반응처럼 비합리적인 공포는 도움의 손길을 거두는 잔인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람들은 왜 난민들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미 온라인 매체 복스 닷컴은 19일 갈등과 감정에 대한 심리학 연구 결과에서 이러한 난민에 대한 반응을 이해할 수 있다며 관련 연구들을 소개했다.

‘우리’와 ‘그들’의 명확한 선 긋기

테러 공격과 같은 위협을 당했을 때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반응 중 하나는 바로 ‘우리’와 ‘그들’사이의 명확한 선을 긋는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 집단간 신경과학 연구소의 미나 시카라 교수는 “공격을 받게 되면 짧은 시간 내에서 서로를 그룹 내부와 그룹 바깥 사람으로 구분하려는 본능이 작동하며 많은 오류가 발생한다”며 “베이루트와 파리테러 발생 후에도 이 같은 ‘우리’와 ‘그들’ 사이의 경계가 강조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 결백한 시리아인들도 ‘테러리스트와 한편’이라는 잘못된 편견이 사람들의 관념 속에 심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보다 과장된 그룹 바깥의 위협

심리학자들은 또한 공동체 바깥에서 오는 위협은 실제보다 훨씬 크고 더 임박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2012년 미국 뉴욕대학에서 발표된 논문은 이 개념을 잘 설명한다.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미국 뉴욕에서 멕시코의 멕시코시티까지의 직선거리를 측정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멕시코 이민자에게 적개심을 더 많이 표출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뉴욕과 멕시코시티간 거리가 수백마일 더 가깝다고 측정했다. 실험을 수행한 제이 밴 바벨은 “사람들이 국가 사이의 장벽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경우, 이 효과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의심 키우는 주범은 공포 아닌 불확실성

테러가 야기하는 공포뿐만이 아니라 이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가 외부에 대한 의심을 고조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해 미 네브라스카 링컨 주립대의 잉그리드 하스 정치 심리학 교수는 사람들이 공포뿐 아니라 불확실성을 느끼게 될 때 타인에게 더 편협함을 드러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또 다른 실험에서는 불확실성이 그룹 정체성에 대한 참가자들의 감정을 더 강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스 교수는 “실제로 불확실성이 일을 악화시킨다”며 혼란스러운 뉴스들 속에서 오보가 빠르게 확산되고 ‘테러리스트들이 난민들 틈에 숨어서 몰래 잠입한다’와 같은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눈을 붙잡아둔다고 분석했다.

심리학자들은 난민 거부 반응은 감정적인 것으로, 이것을 통계나 논리적 반론으로 교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줄어드는 동시에 ‘난민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며, 도움이 필요하다’와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함께 고무돼야 한다는 것이다.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바꾸기 위해선 이성적인 사실이나 통계보다는 희생자를 조명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식별된 희생자 효과’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선단체들이 많이 사용하는 이 방법은 난민들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강조해 난민들이 ‘그들’이 아닌 ‘우리’라는 감정을 증가시킨다. 데보라 스몰 펜실베니아대학 마케팅 심리학과 교수는 “만약 다섯살짜리 시리아 고아를 실제로 크리스티 주지사의 문 앞에 데려다 놓는다면, 그가 정말로 면전에서 문을 닫을 수 있을까?” 라고 물었다.

하스 교수는 “감정적인 반응이 매우 강할 때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어렵다”며 “테러 공격의 여파로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객관적 사실이나 통계 수치를 앞세워 설득시키려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감정이 가라앉도록 잠시 기다리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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