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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은 사제들’의 흥행 바람이 계속되고 있다. 13일까지 265만9,877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찾으며 11월 극장가를 장악했다. 개봉 전 ‘검은 사제들’에 대한 흥행 전망은 엇갈렸다. 악령이 들린 소녀를 구해내기 위해 구마의식을 행하는 두 사제의 사연이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아무리 장르의 철이 없어졌다고 하나 찬바람 부는 시기 오싹한 이야기로 관객을 부르긴 어렵다는 분석이었다. 제작사가 악령이 등장하는 영화인데도 ‘검은 사제들’을 공포영화가 아닌 미스터리 드라마로 자체 규정한 이유도 여기 있다. 강동원도 개봉을 앞두고 이뤄진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무섭거나 어둡게 그려지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흥행 전망을 밝게 본 목소리도 컸다. 단순 명확한 이야기를 장점으로 꼽는 영화인도 있었으나 배우 강동원을 흥행 동력으로 지목하는 이가 훨씬 많았다. 영화 개봉 뒤 나오는 평가도 ‘기-승-전-강(동원)’이다. 여성 팬들에게는 강동원의 빛나는 얼굴만으로도 108분이 보람차기 만한 영화라는 평가다.

여성 팬들의 지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CGV리서치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검은 사제들’ 관객의 62.8%가 여성이다. 여성 관객 중 20대의 비율은 49.7%로 절반에 육박한다. 30대 여성(23.3%)까지 포함하면 20~30대가 여성 관객 중 73%를 차지한다. 강동원에게 호감을 지닌 젊은 여성 관객들이 ‘검은 사제들’에 유난히 열광한다는 방증이다. 강동원이 단순히 조각미남 배우가 아닌, 티켓 파워를 겸비한 진정한 스타임을 ‘검은 사제들’의 흥행이 분명하게 보여준다.

강동원은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악령을 쫓는 젊은 사제로 출연한다. CJ E&M 제공
기본은 이끌어내는 흥행력

강동원의 티켓 파워는 이미 검증됐다. 이명세 감독의 ‘M’(44만8,350명)을 제외하면 손해를 본 영화가 없었다. 충무로 초기 작품 ‘늑대의 유혹’부터 그는 여성팬들을 극장으로 빨아들였다. 언론과 평단은 대체로 혹평했으나 순정만화 속에서 막 뛰쳐나온 듯한 강동원의 외모는 오래도록 여성들 입에 오르고 있다. ‘형사’에서 긴 머리 휘날리며 여성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던 그는 사형수(‘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와 남파공작원(‘의형제’), 천방지축 도사(‘전우치’) 등으로 변신하며 흥행 참패를 거의 겪지 않았다. 1,000만 관객에 이른 영화는 한 편도 없으나 대부분 손익분기점을 넘거나 ‘중박’을 터트렸다.

강동원의 티켓 파워가 크게 발휘된 영화로는 ‘초능력자’를 꼽을 수 있다. 강동원은 눈을 마주친 상대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별스런 능력을 가진 젊은 남자를 연기했는데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소재가 눈길을 끌었으나 이야기의 힘은 약했다. 216만4,805명이 ‘초능력자’와 만났다. 강동원을 보고픈 관객이 몰리며 흥행으로 이어졌다.

‘전우치’와 ‘군도: 민란의 시대’(‘군도’)도 강동원의 힘이 발휘된 영화다.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 ‘도둑들’ ‘암살’ 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최동훈 감독이 매번 고개를 갸우뚱하는 영화가 ‘전우치’다. 자신은 재미있다고 자부하는 ‘전우치’는 평단에서도, 관객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대중의 비판은 특히 신랄했다. “잘하던 범죄영화나 만들라”는 고언이 온라인에 쏟아졌다.

‘군도’도 요란한 빈 수레 취급을 받았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기’의 윤종빈 감독이 연출하고 하정우 조진웅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개봉 초반 반짝 흥행몰이에 그쳤다. 윤 감독이 관객 눈높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연출했다는 냉기 어린 평가가 따랐다. ‘전우치’는 613만6,928명을, ‘군도’는 477만4,965명을 각각 모았다. 화려한 출연진, 감독의 명성, 100억원대의 제작비를 감안하면 겨우 체면치레한 흥행 성적이었다. 두 영화의 흥행은 역설적으로 강동원의 저력을 드러낸다. 최 감독과 윤 감독의 연출력이 환대 받지 못한 영화인데도 4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 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강동원의 티켓파워가 작지 않은 흥행 밑돌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의 강동원. 쇼박스 제공
스타 배우의 도전 정신

‘전우치’와 ‘군도’는 블록버스터인데도 도전 정신이 충만하다. 100억원대의 제작비가 들어가다 보면 제작사와 투자사는 곡예운전보다 안전운행을 원한다. 대중이 좋아할지, 거부감을 느낄지 명확히 알 수 없는 소재는 잘 다루지 않는다. 최동훈, 윤종빈이라는 이름값을 무시할 수 없으나 주문을 외는 도사들의 활약상을 담거나(‘전우치’)나 서부극의 형식을 빌려 혼란스러운 조선 후기를 그린 영화(‘군도’)는 대중성과 거리를 둔다. 강동원이라는 큰 별이 합류했기에 더욱 탄력을 받은 기획들이었다.

출연작들을 되짚어보면 강동원은 안주보다는 도전을, 유명 감독보다는 신인을 더 찾는 경향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형사’는 영상미를 앞세우는 액션영화였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전형성이 두드러진 휴먼 드라마인데 강동원의 역할이 독특하다. 한참 미모를 뽐내고픈 25세 청년은 수형 생활과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사형수를 연기했다. 이어진 ‘그 놈 목소리’도 스타답지 않다. 강동원은 납치범의 목소리로 관객과 조우한다. 그의 외모가 잠깐 비치는 장면에서도 꾹 목자를 눌러쓴 모습이다. 자신의 모습이 온전히 스크린에 투영되지 않는 역할인데도 이 영화를 택했다. 젊은 스타가 내리기 힘든 결정이다.

강동원은 군 제대 뒤 ‘군도’의 악역 조윤으로 충무로에 복귀했다. 이어진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도 멋진 외모를 강조하는 영화가 아니다. 10대 후반에 아들을 얻고 30대가 되어서도 철부지인 대수를 연기했다. 강동원은 ‘검은 사제들’을 택한 이유로도 “한국에서는 드문 소재”를 든다. 물론 강동원의 빛나는 외모가 더욱 빛나는 사제복을 보며 여성 관객들은 지나치게 의도적 아니냐고 기쁨 어린 비판을 하지만.

최근 들어 신진 감독과 연달아 호흡을 맞추는 모습은 더 눈여겨볼 만하다. ‘검은 사제들’은 장재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겨울 개봉하는 ‘검사외전’의 이일형 감독도 신인이다. 내년 개봉하는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은 독립영화 ‘잉투기’로 장편 데뷔식을 치른 신진이다. 신선한 소재와 장르로 개성을 드러내는 신진 감독들과의 작업은 강동원의 도전 의지를 드러낸다. 강동원의 캐스팅만으로도 투자자들이 따라 붙는 충무로의 현실에서 그의 용감한 선택이 될 성 부른 감독들의 미래를 열어주고 있다. 1,000만 영화 하나 없으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택하는 강동원의 진정한 스타 파워는 이런 도전 의식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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