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동네가 날을 잡아 꼬막을 터나 보다. 그물을 털면 콩알만한 종패가 좌르르 뗏목 위에 떨어지고, 갈매기가 휙 날아들어 그물에 딸려 온 자잘한 물고기를 채서 달아난다. 동네 어른들은 “이게 다 돈이여, 돈!” 하면서 종패가 잘 자라 큼직한 꼬막을 잔뜩 수확할 날을 기대한다. 갈매기도 동네 사람도 모두 기분 좋은 ‘잔칫날’이다.

농촌에서 자란 나는 이 시를 읽고 어렸을 적 벼 타작 마당이 생각났다. 한쪽에서는 볏단을 지게에 산만큼 쌓아 올려 져 나르고, 마당에서는 발동기로 돌아가는 탈곡기가 와릉와릉 벼를 털어낸다. 분주한 어른들 틈에서 나는 볏단을 날라주거나 낟알을 털어낸 볏짚을 옮겨 쌓아 올린다. 먼지가 풀풀 날리고, 땀이 난 얼굴이며 팔뚝에 벼 까끄라기가 스쳐 따갑다. 힘든 노동의 시간이지만 한 해의 농사를 수확하는, 잔칫날처럼 달뜨고 풍성한 시간이다.

오늘날 고도산업사회에서 노동은 돈을 벌기 위한 노고일 뿐 즐거움이 없다. 꼬막 농사도 양식으로 돈이 먼저 떠오르는 노동이지만, 그래도 동네 꼬막 터는 날은 잔칫날이다. 꼬막의 말랑말랑한 속살과 짭짤한 육즙을 맛있게 먹을 줄만 알았는데, 이제 꼬막 터는 날 날아드는 갈매기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김이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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