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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총선 후 미묘하게 엇갈리는 미중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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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총선 후 미묘하게 엇갈리는 미중 반응

입력
2015.11.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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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호 버마로 바꿔 부르며, 군부 개표 개입 견제

中, 군부와 가깝던 과거 지우며 수치 여사에 공들여

. 2014년 미얀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웅산 수지 여사의 양곤 자택에서 만나 손을 흔들고 있다. 미국의소리
. 2014년 미얀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웅산 수지 여사의 양곤 자택에서 만나 손을 흔들고 있다. 미국의소리

미얀마의 총선 결과가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승리로 굳어져감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권을 내놓게 될 것으로 보이는 군부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 그리고 반대로 군부와 끈끈한 인연을 이어온 중국은 미묘하게 다른 시선으로 미얀마 총선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향후 수 주일이 매우 중대한 시간”

미국 정부와 언론은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압승으로 예상되는 미얀마 총선 결과를 일제히 ‘민주주의의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하며 환영했다. 그러면서도 미얀마 군부가 25년 전 야당이 승리했던 선거를 백지로 돌렸던 걸 의식,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미얀마 선거와 관련한 언급을 하면서 국호를 ‘버마’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미얀마라는 국호는 군부가 민주화 시위를 잔인하게 진압한 다음해인 1989년 군사정권이 변경한 것으로 백악관이 과거 국호인 버마를 선택한 것은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더 많은 일이 필요하며, 이번 총선 결과로 미국의 대 버마 정책 변경 여부를 언급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2012년 1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과 맞물려 대부분의 경제 제재를 풀었으나, 인권과 대북 무기 금수와 관련한 제재는 유지하고 있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기자들을 만나 “향후 수 주일이 미얀마에는 매우 민감하고 중대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정치적 절차가 평화롭고 질서 정연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미얀마 정치 지도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투표 절차와 관련해 폭력 사태나 선거개입 정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은 실권을 쥔 군부의 개입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1990년처럼 민주화 열기가 꺾일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지켜봐야 하지만, 과거와는 분명이 상황이 다르다”며 민주화 진전을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부상에 맞선 아시아 중시 정책의 일환으로 서남부 국경에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과 민주화에 많은 정치적 자본을 투자해 왔다.

한편 미국 언론은 민주화가 궁극적으로 미얀마 사회에서 차별과 박해를 받아온 소수 민족의 인권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0일자 사설에서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로힝아족 등 소수 민족에 대한 기본권 제한 및 박해가 종식돼야 하며, 선거 기간 중 애써 외면한 아웅산 수치도 이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미얀마와 관계 달라질 것 없다”

미얀마 군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은 10일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총선 압승이 확실시되고 있음에도 겉으로는 태연함을 유지했다. 1962년 군사 쿠데타 후 줄곧 미얀마 군부를 지원해 온 중국으로서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친서방 인사로 알려진 수치 여사가 집권하는 것이 사실 달갑잖은 일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 NLD와 우호 관계 구축을 위한 사전 포석도 깔아 놨다. 올 6월 수치 여사를 중국에 초청한 게 대표적인 예다. 당시 수치 여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만났다. 시 주석이 민주화 운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외국의 야당 지도자를 만난 것은 이례적 일이다. 이러한 환대는 수치 여사의 환심을 사기 위한 파격이었다는 게 외교가의 해석이다.

수치 여사의 NLD가 집권해도 중국과 미얀마 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게 중국측의 바람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처음엔 서방의 제재로 친중국 성향을 보였던 미얀마는 제재 취소 이후 사실 미국과 중국의 중립을 지켰다”며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미얀마가 이러한 전략적 공간을 포기한 채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적다”고 진단했다. 미얀마가 지나친 친미로 가진 않을 것이며 이로 인해 중국과 관계가 훼손될 일도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중국이 이처럼 자신하는 데엔 미얀마 경제가 미국보단 중국에 더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과 미얀마의 무역액은 지난해 259억달러로, 2억달러도 안 되는 미국의 130배가 넘는다.

그러나 속으로는 우려가 적잖다. 중국과 미얀마 관계는 이미 삐걱대고 있다. 중국이 투자한 미트소네 댐 건설 공사는 중단됐고, 중국-미얀마 송유관 사업과 중국-미얀마 철도 사업도 원활하지 않다.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미국과 수치 여사의 미얀마가 손을 잡을 경우 중국의 출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승리가 중국 사회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정부가 쑨궈샹(孫國祥) 외교부 아주사무특사를 단장으로 한 참관단을 파견하는 등 미얀마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미얀마에서 선거가 순조롭게 진행된 데 대해 환영하고 앞으로도 국가 안정과 장기적 발전을 지속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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