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여성 시인 파로흐자드가 28세에 출간한 시집에 실려 있는 시입니다. 이 시는 밤이 스민 밭의 향기와 머릿결 내음, 소녀의 이미지들로 직조되어 아름답고 다정합니다. 그렇지만 태양에게 다시 인사하겠다는 첫 행은 전체 정조와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요. 밤새 죽음의 유혹을 견디고 다시 태양을 마주하게 된 사람의 결연함이 느껴지니까요.

파로흐자드는 16세에 결혼해 아이를 낳고 18세에 이혼했습니다. 32세에 교통사고로 숨을 거두기 전까지 보수적인 사회에서 겁 없는 여성으로 살았던 그녀의 삶은 “어둠의 빽빽한 경험”으로 가득 한 것이었겠지요. 폐허가 된 내면을 개울과 구름과 꽃다발의 아름다운 이미지들로 콜라주하며 다시 삶을 시작하려는 그 안간힘이 여느 절망적인 시들보다 더 애달픕니다.

진은영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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