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진 구성 첫발부터 차질

지난 4일 서울 영등포 자택에서 인터뷰하는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역사 국정교과서의 상고사 분야 대표집필자인 최몽룡(69) 서울대 명예교수(고고미술사학과)가 집필진에 초빙된 지 3일 만에 갑자기 사퇴했다. 최 명예교수는 취재를 위해 자택을 찾은 언론사 여기자를 성희롱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사퇴 이후에도 파문이 커지면서 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 구성에 난항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6일 “최 명예교수가 올바른 역사교과서 편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퇴한다는 뜻을 국사편찬위원회를 통해 전달해왔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된 여기자들에게 사과의 뜻도 함께 전했다”고 밝혔다. 최 교수가 사퇴하면 현재 공개된 국정 교과서 집필진은 신형식 이화여대 인문과학부 명예교수 한 명밖에 남지 않게 된다.

최 명예교수는 취재를 위해 서울 여의도 자신의 아파트를 방문한 여기자를 성희롱 했다는 의혹이 이날 보도되면서 물의를 빚었다. 최 명예교수는 지난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편 주관의 ‘교과서 개발 방향 및 집필진 구성 발표 기자회견’에 배석할 예정이었으나, 이에 반대하는 제자들의 만류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제자들은 새벽 4시부터 그의 집으로 찾아가 일찍부터 사제 간에 술자리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명예교수는 이후 취재를 하러 온 일부 기자들과도 술자리를 계속 가졌다. 이 과정에서 최 교수는 여기자 등 2명에게 불쾌한 성적 농담을 하고 신체 접촉을 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여기자가 속한 한 신문사는 당시 성희롱이 있었다고 보도했고, 다른 종편TV방송사는 성추행까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정부 주변 일각에서 최 명예교수 실수를 유발하기 위한 ‘기획설’까지 제기됐으나 두 언론사는 정부의 역사 국정교과서 추진에 반대하지 않는 보수성향의 매체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한국여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여기자에게 심각한 성적 수치심을 느끼도록 만든 상황에 깊은 우려와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최몽룡 교수를 집필진에서 물러나게 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최 명예교수는 이날 오후까지 성추행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해당 언론사를 찾아가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과했다. 그는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찾아온 기자를 격의 없이 대하는 과정에서 중국어로 ‘니 헌 피아오량(너 참 예쁘다)’이라고 발언한 건 사실이지만 그 외의 성추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 명예교수는 국편의 사퇴발표 30분 전까지도 본보에 “집필에 참여하기로 한 것에 후회가 없으며 자료를 보완해 교과서를 잘 만드는 데만 집중하겠다”면서 “물러날 뜻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와 국편이 국정 교과서 집필을 위한 첫 단추부터 잘못 꿰일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그의 사퇴를 종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최 명예교수는 사퇴 발표 이후 취재진에게 “그간 3일이 3년이 지난 것 같다, 가만히 집에서 칩거하면서 자세를 낮추겠다”며 “후회는 없지만 제자들의 말이 옳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억울하다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다.

최 명예교수가 대표필진으로 초빙된 지 3일만에 낙마함에 따라 국편의 집필진 모집은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편은 대표집필진 6명은 초빙하고 나머지 집필진은 9일까지 공모를 거쳐 오는 20일까지는 집필진 구성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 명예교수의 성희롱 여파로 향후 집필진에 대한 여론의 검증 작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어 집필자들의 심적 부담은 커지게 됐다. 그러잖아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악화된 여론에 부담을 느껴 국정화가 확정된 지 4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개적으로 집필을 하겠다고 나서는 학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집필진을 추후 교과서 출판 이후에 공개하는 ‘깜깜이 편찬’이 될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편 관계자는 “집필진 전원을 공개하는 게 원칙이지만 공개할 때마다 (최 명예교수처럼)공격을 받는 상황이라면 집필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있다고 해도 실명 공개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교과서 배포까지의 촉박한 집필 일정을 감안하면, 집필진이 확보되더라도 그 명단은 공개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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