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정교과서 추진 반대 무료 공연... 500여 관객 동참

이승환이 4일 서울 서교동 롤링홀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공연 '한쪽 눈을 가리지마'에서 "대다수의 99.9%가 쓴 교과서가 편향됐다고 한 건 듣지도 보지도 못한 괴변"이라고 말했다. 드림팩토리 제공

“0.1%의 억지 때문에 (역사교과서를)바꿔야 하는 건가요?”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롤링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공연 ‘한쪽 눈을 가리지 마세요’를 연 가수 이승환은 “99.9%가 편향된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느 쪽이 더 편향된 것일까”라고 의문을 던진 뒤 “대다수의 99.9%가 쓴 교과서가 편향됐다고 한 건 듣지도 보지도 못한 괴변이라 생각한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날을 세웠다. 공연이 끝난 뒤 다시 무대에 오른 그는 “0.1%의 권력자를 위한 교과서가 돼선 안 되겠다”는 소신 발언을 추가로 했다.

이승환만의 외침이 아니다. 가리온, 데이브레이크, 로큰롤라디오, 십센치, 피아, 타틀즈 등 6팀도 이날 무대에 올라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에 뜻을 모았다. 가리온은 “내 한 쪽 눈을 가리지마, 한 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지마”란 랩을 공연 도중 무반주로 즉석으로 선보여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비판했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로 데이브레이크가 걱정한 건 아이들이었다. “의외로 멤버들이 나이가 많다. 아이가 있는 멤버도 있다”고 자신들을 소개한 데이브레이크는 “아이들이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뜻을 전했다. 십센치는 자신의 노래를 빗대 우회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정부를 비꼬았다. 관객의 요청을 받고 ‘스토커’란 노래를 한 십센치는 “이렇게 공연도 하고 목소리를 내는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걸 보면)우리가 스토커처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해 관객의 웃음을 샀다.

‘한쪽 눈을 가리지 마세요’를 향한 500여 관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공연장인 롤링홀 관계자에 따르면 관객들은 오후 7시 공연 시작 4시간 전인 3시부터 줄을 서 공연을 기다렸다. 공연 1시간 전엔 공연장 입구부터 늘어선 관객들의 줄이 100m를 넘었다. 15세부터 29세를 대상으로 한 무료공연인 만큼 교복을 입고 공연장을 찾은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관객들이 음악만 즐긴 건 아니다. 이들은 ‘국정교과서? 권정교과서겠죠. 더 이상 당신들의 놀음에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겁니다’ ‘청소년은 국정교과서로 배우는 걸 거부합니다’ ‘하나의 역사는 역사가 아닙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화이트 보드를 들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목소리를 직접 냈다.

세 시간 동안 이어진 공연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난 고등학교 1학년 김모 군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반대 공연이라고 해 학원도 미루고 부천에서 왔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반대 1인 피켓 시위도 했고 이 문제의 심각성을 나누기 위해 공연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예술고등학교 2학년생으로 기타를 메고 공연장을 찾은 이모 군은 “누구를 위한 교과서인지 모르겠다”며 “올바른 교과서라고 하는데 올바르다는 건 정부가 정하는 건가”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친구와 함께 공연을 보러 왔다고 했다. (관련 정보 ▶이승환의 드림팩토리 페이스북)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은 건 이승환이다. 그는 사비릍 털어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장 섭외 및 출연자를 모으는 일도 전화를 돌려 모두 직접 정리했다. 이승환은 애초 오는 5일 발표될 예정이었던 국정교과서 확정고시 일정에 맞춰 10월 넷째 주부터 11월4일 공연을 준비했다. ‘한쪽 눈을 가리지 마세요'란 공연을 연 이유에 대해 이승환은 “어린 학생들이 꽤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거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피켓을 든 모습과 그 문구들을 보고 어른으로서 너무 부끄럽고 미안했다”며 “이들에게 뭔가 힘이 되고 위로를 줄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좋지 않은 목상태로 패닉”이었다는 이승환은 관객들에게 “어느 당에선 주 60시간 일하는 법을 만들려고 하는 데 부리려고만 하는 어른들이라 안타깝다”는 미안한 마음도 전하며 무대를 떠났다. 공연을 끝낸 이승환은 인근 식당으로 이번 공연에 참여한 동료 및 후배를 초대해 어려운 자리에 함께 해준 데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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