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4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역사국정교과서 저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새정치민주연합이 4일 국정교과서 저지를 위한 헌법소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과거 헌법재판소가 국정교과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점을 근거로 법률 영역에서 국정교과서 추진을 막아보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보수화된 현재의 헌재 재판관 구성 등을 감안할 때 새정치연합이 원하는 대로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대국민 여론전에서는 유효한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결과물을 얻기엔 넘어야 할 법률적 쟁점도 만만치 않다.

헌법소원 청구 적격성부터 논란

국정교과서의 위헌성을 입증하는 첫 걸음은 헌법소원의 적격성을 갖춘 청구인단을 구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소원 심판 청구권자의 자격을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받은 당사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헌재 역시 헌법소원의 남용을 막기 위해 청구인의 적격성 여부를 꼼꼼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헌재는 간접적인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 정도가 명확하지 않은 청구인의 헌법소원에 대해선 본 주장을 살펴보기 전에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각하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새정치연합도 첫 관문인 청구인단 구성에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현재까진 검인정 교과서 집필진들로 청구인단을 구성해 “국정교과서 채택 결정으로 학자로서의 양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주장을 펼치는 방법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집필진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헌재 파견 경험이 있는 한 재경지법의 판사도 “국정교과서가 일선 학교에 보급돼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집필진의 저작권적 측면만으로 위헌성을 다툰다면 논리의 근거가 빈약해 기각될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새정치연합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민 청구인단을 구성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법률국 관계자는 “집필진부터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국회의원과 당직자, 일반 국민 등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놓고 청구인단 구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92년 헌재의 국정교과서 결정문도 해석분분

헌재가 청구인단의 적격성을 인정한다면 국정교과서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는 헌법 31조 4항을 위배했는지 여부가 본안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이와 관련 1992년 11월 헌재의 국정교과서 관련 결정문의 내용에 큰 기대를 거는 모습이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서울의 모 여중 국어 교사가 ‘국어교과서 국정화로 교사로서의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당시 헌재는 “국정교과서 보다는 검·인정제도를, 검·인정제도 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아울러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헌재는 최종 결론에서 “교과서의 국정제는 학문의 자유나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가 아님은 물론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과도 무조건 양립되지 않는 것이라 하기 어려우므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고 판단했다.

보수화된 현행 헌재 재판관 구성도 새정치연합에 불리한 측면으로 꼽힌다. 9명의 재판관 중 대통령과 대법관이 추천한 6명의 재판관이 국정교과서 이슈에 야당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낮고, 국회 추천 몫 중 여야 합의, 야당 몫의 2명의 재판관만으론 위헌 결정이 나오기 어렵다는 논리다. 헌법소원 소송 경험이 많은 한 중견 변호사는 “현 정권 들어 헌재는 기계적 법해석에 기반한 보수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만큼 더 방어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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