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총 유입 4만명 넘는데
서울 경기 출신은 24%에 그쳐
공무원 이주율 낮고 지역 블랙홀로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서울로 가는 퇴근버스를 타고 있다. 세종청사가 입주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여전히 많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충북 청주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A(64)씨는 세종시로 두 달 전 이사를 했다. 자녀를 모두 독립시킨 뒤 부인과 둘이 지내기에 과한 대형 평형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한 뒤, 지인들로부터 은퇴 후 살 장소 추천을 받아 최근 세종시로 최종 낙점했다. 연씨는 “새로 지은 도시라 부족한 것이 있겠지만 나름대로 노년을 보내기 딱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의 인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인구 유입률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전입자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살펴봤더니, 대부분 대전 충남 충북 등 충청권 출신이었다. 수도권 과밀 인구 분산을 염두에 두고 조성된 세종시가 주변 충청권의 ‘블랙홀’이 되어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세종시 유입 인구는 총 4만630명인데, 이 중 서울ㆍ경기 출신은 24.4%인 9,920명이었다. 이에 비해 대전ㆍ충북ㆍ충남 출신은 2만5,832명으로 전체의 63.5%를 차지했다. 수도권에서 유입된 인구의 2.6배다. 서울 중앙부처나 공공기관에 근무하던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직원이 내려오는 경우보다, 주변 지자체에서 이사 온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는 얘기다.

이유는 세종의 인프라와 부동산 때문이다. 건설 초기보다 개선된 교통ㆍ편의시설, 하루게 다르게 늘어나는 상권,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가, 유망한 부동산 시장 전망 등이 주변 인구를 빨아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세종시는 올 3월 미분양 ‘제로’(0)를 기록한 이후 아직 단 한 가구의 미분양도 없다. 3.3㎡당 평균 아파트 매매가가 775만원으로, 2년 전 598만원보다 30% 가량 상승했다. 반면 전세값은 상대적으로 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의 지난달 주택 매매 가격 대비 전세값은 50.7%에 불과해, 전국 평균(65%)보다 훨씬 낮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세종시 이전은 지지부진하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이주 비율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부처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주된 이유는 서울보다 취약한 교육 인프라다.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사람들은 교육 문제를 이유로 세종시행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서울에서 출퇴근을 하거나 혼자 내려와 주말에 올라가는 불편함을 감수한다는 말이다. 한 고위 공무원은 “수도권 인구를 분산시키는 것보다는 충청권에 신도시가 하나 더 생겼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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