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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성신지교’ 압박에 아베 ‘남중국해’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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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성신지교’ 압박에 아베 ‘남중국해’ 거론

입력
2015.1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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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일찍 끝날 것” 전망과 달리

30분이나 연장해 98분간 진행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일 청와대에서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양국 현안을 두고 확대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홍인기기자 hingik@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일 청와대에서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양국 현안을 두고 확대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홍인기기자 hingik@hankookilbo.com

2일 청와대 정상회담장에서 만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묘한 신경을 벌이면서도 한일 관계를 풀어가자는 신호를 주고 받았다. 예정보다 길어진 단독 정상회담 시간이나 회담 배석자 면면 등을 보면, 양국 간 분위기가 내내 냉랭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30분 더 길어진 회담…이병기-야치 동시 배석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단독 정상회담이 오전 10시10분부터 30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실제 회담은 오전 11시10분에서야 끝났다. 어렵게 마주 앉은 두 정상이 그 만큼 할 이야기도 많았고,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상당했다는 뜻이다.

회담 일정과 의제 조율을 위해 지난 주말 방한한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정무 담당 외무심의관이 당초 30분 정도로 잡혀 있던 정상회담 시간을 늘릴 것을 요청하는 등 일본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왔다는 후문이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놓고 요지부동 태도를 취하면서도 해결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양국 정부 인사들이 세 명씩 배석한 단독 정상회담장에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나란히 모습을 보였다. 주일 대사를 지낸 이 실장과 야치 국장은 한일 간 물밑 협상 창구로 알려져 있는 만큼 두 사람이 배석한 것 자체가 양국의 위안부 문제 해결 의지를 상징한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단독 회담이 길어지면서 50분으로 잡혀 있던 확대 정상회담은 38분 만인 11시 45분에 끝났다. 단독ㆍ확대 회담 시간을 합하면 98분으로 당초 “한일 관계가 워낙 냉랭해 30분 회담으로 끝날 것”이라는 외교가의 전망과는 달랐다.

박 대통령-아베, 공식 회담에서는 팽팽한 신경전

하지만 공식 회담에서는 적잖은 신경전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확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일본에도 한일관계는 진실과 신뢰에 기초해야 한다는 ‘성신지교(誠信之交ㆍ서로 속이거나 다투지 않으면서 진실하게 교류해야 한다)’를 말씀하신 선각자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 에도시대 유학자이자 외교관으로 임진왜란 이후 단절된 조선과 일본의 우호관계 회복에 힘썼던 아메노모리 호슈의 말을 인용해 아베 총리의 역사 문제 관련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반면 아베 총리는 비공개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분쟁 문제를 꺼내면서 일본은 미국을 지지한다면서 한국이 미일과 한 편에 설 것을 요구했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조심스러운 외교적 상황인 만큼 곤란한 문제를 제기해 압박 카드로 쓰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그러나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구체적 언급을 공개하지 않았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서나 언론보도문도 내지 않았다. 한국에선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일본에선 하기우다 고이치 관방부 부장관이 각각 양국 기자들을 만나 회담 결과를 따로 설명했다.

양국 정부의 브리핑 태도는 극명하게 달랐다. 김 수석은 “위안부 문제를 조기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는 공식 발표 내용 이외엔 철저하게 입을 닫았다. 반면 하기우다 부장관은 위안부 문제 협의 내용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하면서 아베 장관이 ‘과거사가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면 안 된다’는 골자의 이전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일본이 비공개 회담에서는 태도 변화의 여지를 뒀지만, 국내 정치 상황 등을 의식해 강경한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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