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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산 날린 원정도박자들 자살 시도… 강도짓… 교민사회 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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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산 날린 원정도박자들 자살 시도… 강도짓… 교민사회 골병

입력
2015.11.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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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최대 카지노가 들어선 씨티오브드림 호텔 전경. 호텔의 화려한 불빛과 달리 마카오 한인사회는 도박으로 인해 병들어 가고 있다. 마카오=박주희기자
마카오 최대 카지노가 들어선 씨티오브드림 호텔 전경. 호텔의 화려한 불빛과 달리 마카오 한인사회는 도박으로 인해 병들어 가고 있다. 마카오=박주희기자

한국인 ‘해외 원정도박의 메카’가 된 마카오 동포사회에서는 최근 몇 년간 도박으로 인한 사건ㆍ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전 재산을 도박에 쏟아 부은 한국인이 강도행각을 벌이거나 삶을 비관한 이들의 자살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교민사회도 ‘도사(도둑놈과 사기꾼의 약자)’란 말이 유행할 만큼 도박에 따른 폐해가 심각하다.

1일 마카오 교민들에 따르면 지난 9월 16일 이모(33)씨가 마카오 타이파섬의 한 공원에서 귀가하던 현지 여성의 머리를 망치로 내려친 뒤 1만 파타카(약 146만원)가 든 현금을 빼앗아 달아났다가 사흘 뒤 검거됐다. 이씨는 한국에서 사무직에 종사하다가 5월 마카오에 입국한 후 바카라 게임에 빠져 가져 온 돈을 전부 날렸다. 하지만 체류기간인 3개월을 훌쩍 넘기고도 일확천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불법 체류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도로 빼앗은 돈 역시 도박으로 탕진했다고 진술했다. 한 교민은 “한국인이 외국인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인 것은 처음”이라며 “마카오는 도박을 용인하는 대신 범죄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데 이씨가 금기를 깼다”고 혀를 찼다.

이씨처럼 실정법 위반으로 현재 마카오 사법당국에 수감돼 있는 한국인은 8명에 이른다. 이들 모두 올 들어 사기, 절도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이거나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마카오 한인회 임원 이모씨는 “지난 7월에는 30대 한국인 남성이 20만 홍콩달러(3,000만원)을 카지노에서 잃은 뒤 ‘공원에서 강도를 당했다’고 허위 신고하는 바람에 범죄날조 혐의로 붙잡혔다”며 “한국인들이 계속 범죄에 연루되면서 교민사회가 크게 위축됐다”고 전했다.

빈발하는 자살 시도도 근심거리다. 2013년 겨울에는 2억원대 도박 빚을 진 40대 남성 김모씨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해 주차동전 투입기에 부딪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해 관광을 왔다가 불법체류자가 된 다른 한국인은 마카오와 타이파섬을 연결하는 다리에서 알몸으로 투신했다가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이씨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도박으로 삶을 망친 한국인 관광객이 3년에 1,2명 꼴로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교민이 관광객의 범죄를 도왔다는 소문이 나거나 관광객의 도박자금을 대주기 위해 돈을 융통하다 오해가 불거지는 등 도박으로 인한 교민 간 다툼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한 한국인 에이전트는 “교민들끼리 서로를 ‘도사’라 부르는 등 불신이 팽배하다”며 “심지어 어떤 한국 음식점에서는 특정 인물의 출입을 금지하는 등 뿌리 깊은 반목이 자리잡은 지 오래”라고 말했다.

마카오=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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