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 깎을 때는 죽기살기로 압박하더니, 국민연금 올리자니까 회의도 하지 않으려 하고, 자료도 내질 않습니다.”

지난달 30일 열린 ‘공적 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의 마지막 회의. 그간 성과를 평가할 자리는 정부와 여당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누구보다 정용건 공적 연금 강화 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이 깊은 불신과 실망감을 드러냈다.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를 위한 어떤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구는 지난 5월 공무원연금 개혁의 가장 큰 명분인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당시 여야는 국민연금보다 훨씬 높은 공무원의 노후 연금액을 좀 깎고, 아낀 돈으로 국민연금의 보장성을 높여 두 연금간 격차를 줄이자는 데 합의했다. 국민연금 강화의 핵심 내용은 소득대체율 50% 상향과 국민연금에 가입조차 못하는 사각지대 해소, 두 가지였다.

하지만 국민연금 ‘올리기’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당초 5개월 활동하기로 한 사회적 기구는 9월 16일에야 지각출범 했고 이후 45일 동안 10차례 회의만 가졌다. 가입자가 100만명인 공무원 연금 개혁 때는 91차례 회의를 열었다. 회의 내용도 2,000만명이 가입한 국민연금 개혁에 들인 노력치곤 초라했다. 정부와 여당은 회의 일정 잡기에 소극적이었고 기획재정부는 아예 회의에 불참하기도 했다. 막상 열린 회의에선 자기 주장만 되풀이, 아무런 합의를 못 이룬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 유일한 성과라면 정부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 사각지대 해소에 의지가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소득대체율 문제는 2018년 이후에 논의하자”고 아예 3년 연기론을 들고 나왔고, 기재부 역시 공무원연금 개혁 재정 절감분의 20%(67조원)를 사각지대 해소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절감분 사용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결같이 공무원 연금개혁 합의의 전제 조건들을 부정하려는 행보들이다.

사회적 기구의 활동이 마감된 지금 공은 국회의 공적 연금 특위로 넘어갔다. 특위는 이달 25일까지 사회적 기구에서 제시된 여러 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다. 공무원연금 ‘깎기’에 놀라운 전투력을 보였던 정부와 여당은 특위에서라도 국민연금 ‘올리기’에 적극 임해야 한다. 그것이 지난 5월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 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상찬한 ‘최초의 사회적 대타협’의 약속을 지켜내는 일일 것이다. 또 전문가들은 지금이 국민 노후대책 마련의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고 경고를 울리고 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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