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6일, 부산에서 열린 '청년 20만+창조 일자리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현장 면접을 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주에 한국인 대학생들에게 강연할 기회가 생겼다. 주제는 젊은이들의 가능성과 그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위험에 대한 것이었다. 젊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은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었다. 강연회에서 나는 아주 흥미롭고 똑똑하며 야망 넘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두 세 가지 외국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음악, 예술, 문학, 역사, 국제개발, 문화, 정치 등 아주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매우 유식하고 재능 있었으며 미래에 대한 열정도 느껴졌다.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매우 불안정해 보이기도 하였다. 그들은 그들의 장래, 직업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걱정이 커 보였다. 전 세계의 다른 젊은이들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는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우리는 앞날을 결정지을 큰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20대 초반의 선택은 나머지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 시기에 젊은이들이 겪는 불안감은 어쩌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이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보다 유독 더 불안하고 힘들어할까? 정말 한국에서의 삶은 젊은이들에게 지옥과도 같은가?

‘헬조선’이란 말은 사실 최근에 생겨난 말이 아니다. 이 단어는 박근혜정부 이전 시절부터 한국 블로거나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여러 해 동안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최근에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흔한 용어가 되어버렸다. ‘헬조선’의 의미는 간단히 말해 한국에서의 삶이 지옥 같다는 뜻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에서는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으면 억울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고난의 연속인 삶을 살 것이며 결국 인생의 즐거움마저 누릴 수 없음을 의미한다.

‘헬조선’ 개념에 따르면 한국은 평범한 사람은 배척시키고 끝내 굴복하게 만드는 잔인한 사회구조를 가진 곳이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며 남자의 경우 군대에 가야 한다. 또한 취직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많은 이들이 세계 최장시간의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한국의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여러 가지가 문제가 되며, 낮은 수준의 삶을 사는 것으로 느낀다. 반면 부유하고 권력을 가진 집안에서 태어나면 낙하산과 인맥을 통해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이러한 한국 사회의 잔인함을 피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은 정의롭지 못한 특혜를 누리며 즐겁게 살아간다.

나는 이러한 개념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했고 대부분은 이에 대해 동의하는 것 같았다. 사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을 떠나고 싶어한다. 이는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영국의 경우도 이런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나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아일랜드에서 살았는데 모든 지역에서 한국의 경우와 비슷한 문제들이 존재했다(물론 군대의 경우는 예외다). 영국도 특히 정부기관이나 은행 등 주요 기관에서 낙하산 인사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누릴 수 있는 직업의 기회 측면에서 보았을 때는 분명 한국보다는 훨씬 좋은 상황이다. 영국에서는 젊은이들이 뻗어나갈 수 있는 길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준다. 젊은이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길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큰 문제다. 이를 인식하고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면 내가 지난 주에 만난 재능 있고 똑똑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배리 웰시 숙명여대 객원교수ㆍ서울북앤컬처클럽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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