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도어 레스키의 ‘아버지와의 왈츠’라는 시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우리는 발을 구르면서 춤을 추었다/ 부엌 선반 위의 냄비들이 미끄러져 내릴 때까지./ 어머니의 얼굴은 내내 찌푸린 표정이었다.” 어린 시절 커다란 두 발 위에 자그마한 발을 올려놓고 춤추던 기억이 한두 번 있습니다. 마음의 맨발로 날카롭고 모난 바닥들을 밟기 전에 이렇게, 혹은 저렇게 내딛어야 한다고 가르쳐주던 두 발.

시인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지금 당신의 두 발이 곁에 있다면 내가 튼튼한 가죽구두처럼 신고서 세상의 길들과 왈츠를 출 수 있을 텐데요. 어느 날 내게 인사도 안 하고 뚜벅뚜벅 어디론가 가버렸어요. 여린 발바닥 아래에 부드러운 발등의 기억만 남겨두고서요.

그래도 나는 걷습니다. 벼랑처럼 위태롭게, 달빛처럼 환하게. 당신의 두 발처럼 내 두 발도 울면서 걸어갑니다. 가을 아침의 햇빛이 거울처럼 쨍 합니다. 담쟁이에서 떨어진 작고 검붉은 열매들이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에 마음처럼 터지는 소리를 나는 듣습니다.

진은영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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