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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형태 운영 정킷방 500개 넘어, 한국 조폭 출신들 진출 4, 5개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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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형태 운영 정킷방 500개 넘어, 한국 조폭 출신들 진출 4, 5개 관리

입력
2015.10.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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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돈 키우려 액면가 두 배 불법 베팅

더블·쉐어게임서 대부분 사고 터져

마카오 거액 원정도박의 소굴로 알려진 ‘정킷방’은 어떤 형태로 운영이 될까.

28일 현지 카지노 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정킷방은 그 자체로 불법은 아니다. 호텔(카지노)과 중국계 유명 기업들이 상호 계약을 맺은 후 정부 허가 아래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카지노 측은 직접 영업을 하지 않고도 ‘큰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기업은 안정된 게임장소를 확보하는 장점 때문에 양측 모두 정킷방 운영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정킷방은 다단계로 운영된다. 우선 기업들은 마카오 호텔 VIP룸과 VVIP룸에 기업명을 딴 정킷방을 차린다. 최대 정킷 운영기업인 태양성그룹의 경우 ‘태양성방’이란 이름으로 엠지엠, 윈, 크라운 등 40개 이상 호텔에서 정킷방을 운영한다. 검찰에 원정도박 혐의로 구속된 유명 화장품 업체 정운호 대표가 바카라 게임을 한 ‘경성방’의 경우 경성그룹이 운영하는 정킷방 중 씨티오브드림에 마련된 방이다. 이 같은 정킷방은 마카오에만 500개 이상 된다.

호텔에 정킷방을 차린 기업들은 다시 관리자급 인사들과 계약을 맺는다. 정 대표에게 도박을 알선한 광주송정리파 전 행동대원 이모(41)씨의 위치가 여기에 해당한다. 정킷방 관리자 A씨는 “정킷방에 보증금 명목으로 통상 10만~20만 홍콩달러를 지불하고 자신의 코드(계좌)를 받는다”며 “이후 에이전트(호객담당자)가 데려 오는 손님을 받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관리자와 에이전트는 손님이 게임 중 따거나 잃은 돈의 1.24% 안팎을 정킷방으로부터 롤링비(수수료)로 받는다. 0.1% 정도를 관리자가, 1.1% 내외의 돈을 에이전트가 챙기는 식이다. 때문에 에이전트들은 롤링비를 많이 주는 관리자에게 손님을 연결해 준다. 에이전트 B씨는 “마카오 도박사업에 종사하는 한국인만 대략 250여명으로 추정된다”며 “정 대표에게 도박을 알선한 이씨는 직원을 20여명 둘 정도로 성공한 관리자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3년 투자자들을 모아 경성방에 1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직접 정킷방 지분을 챙기기도 했다.

문제는 관리자와 에이전트들이 ‘쉐어게임’과 ‘더블게임’을 하면서 발생한다. 쉐어게임은 손님이 잃은 돈을 카지노측과 관리자가 나눠 가지는 것으로 통상 호텔이 55%, 관리자가 45%를 챙긴다. 거꾸로 손님이 돈을 딸 경우 그 손실액에 대해서도 양 측은 5.5대 4.5로 나눠 지불한다. 더블게임은 배팅액수를 칩에 적혀 있는 액면가의 두 배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관리자나 에이전트가 손님에게 제안한다. 예컨대 손님이 100억원을 따면 관리자(또는 에이전트)가 100억원을 추가로 손님에게 줘야 하고, 손님이 100억원을 잃을 경우 손님이 관리자에게 100억원을 물어내야 한다. 더블게임은 마카오에서 불법이다. B씨는 “쉐어ㆍ더블게임은 판돈을 키우기 위한 꼼수여서 이 과정에서 환전업자가 개입하는 등 마카오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의 원흉”이라고 했다. 그는 “아무리 ‘큰 손’이라도 억대가 넘는 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다닐 수 없는 탓에 환전업자로부터 일명 선 이자(10%)를 떼는 ‘빽(빚)’을 받아 쓰는데, 손님이 돈을 갚지 않고 잠적을 해버리거나 반대로 돈을 딴 손님이 한국에 돌아가 정산을 요구해도 현지에서 이를 보내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증언했다.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위해 나타난 게 한국의 조직폭력배들이다. 억대가 넘는 게임비와 사채가 얽히고설키면서 현재 마카오에는 조폭 출신들이 대거 진출해 4,5개의 정킷방을 관리하고 있다. 에이전트 C씨는 “양은이파, 학동파, 충장오비파, 부산 칠성파, 울산팀 등 자칭 건달출신들이 이름 난 정킷방을 하나씩 관리하고 있다”며 “최근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캄보디아, 필리핀 등으로 세를 옮겨가는 중”이라고 전했다.

마카오=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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