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톡 2030] 숙박 공유 문화 확산

4년차 '카우치서핑족'인 황수영(왼쪽)씨가 지난 9월 한국을 찾아 황씨 집에 머문 프랑스인 여행객 엘리사씨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황수영씨 제공

“Welcome(환영한다)”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낸 지 30분 만에 일본 오사카에 사는 집주인 엘리(35)의 답변이 도착했다. 자신의 방 한 칸을 여행객에게 내주는 에어비앤비만의 독특한 ‘집주인 동의’절차다. 돈만 내면 되는 기존의 숙박업소와 달리 에어비앤비는 사진과 자기소개를 통해 집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묵을 수 있다.

올해 8월 여름휴가 때 이용한 에어비앤비는 사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여행지는 일본 오사카. 출국을 사흘 남기고 찾은 오사카의 숙박요금은 평소의 배 이상 뛰었고 대부분 예약이 끝난 상태. 호텔의 반값에다가 빈방도 많은 에어비앤비는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는 구원의 동앗줄이었지만 복잡한 예약절차와 같은 달 스페인 에어비앤비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으로 이용이 꺼려지던 터였다. 부모님 역시 “생면부지 남의 집에 가서 잔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극구 말렸다.

그러나 노숙을 할 순 없었고 관광명소만 돌다 오는 여행이 아닌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용을 결심했다. 에어비앤비 가입 후 지역과 날짜를 입력하니 객실 사진과 2만원부터 10만원 이상까지 천차만별인 하루 숙박요금을 적은 빈방 목록이 주르륵 떴다.

방을 고르는 데는 가격과 위치 등 다양한 기준이 있지만 에어비앤비에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다녀간 여행객들이 올리는 사용‘후기’. 그 중 오사카토박이라는 직장여성 엘리의 집이 눈에 띄었다. 후기에 일일이 댓글을 달아 소통하고 여행객들과 식사자리를 즐기는 서글서글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집보다 ‘주인’을 보고 방을 택한 셈이다.

방을 골랐다면 집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에어비앤비 사이트와 연동된 페이스북으로 메시지를 보내자 투숙을 허락하는 엘리의 답변이 도착했다. 서로 간단한 소개를 주고받고 숙박비 결제를 마치고서야 겨우 방 예약이 끝났다. 의사소통은 영어로 이뤄지지만 기초수준의 영어와 번역기만 있다면 어렵진 않다.

|||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4년차 '카우치서핑족' 황수영씨 집 내부 모습. 황수영씨 제공

여행 당일, 미리 약속한 시간에 집 앞에 도착하자 엘리가 나와 반갑게 맞았다. 낯선 외국인이지만 몇 차례 메시지를 나눈 터라 친밀함이 느껴졌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는 엘리가 오사카 현지인들만 찾는다는 오코노미야키 가게 등 지역명소를 소개하며 가이드를 자처한 덕분에 여행책 한 번 읽지 않고 떠났지만 동네 골목골목을 걷는 ‘현지밀착형’여행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에어비앤비에 엘리 같은 집주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행 내내 5분 간격으로 ‘물 아껴 써라’ ‘전등을 꺼라’ 같은 집주인의 잔소리 메시지에 시달렸다거나, 현지에 갔더니 사진과는 전혀 다른 바퀴벌레가 들끓는 낡은 집이었다는 경험담도 있다. 에어비앤비는 환불이 쉽지 않기 때문에 불의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시설에 비해 너무 저렴하거나, 후기가 적은 집은 택하지 않는 게 좋다. 반대로 후기가 많다 해서 능사가 아니므로 꼼꼼히 읽어보는 등 집을 고르는 데는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는 것이 ‘에어비앤비 선배’들의 조언이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인기 기사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