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바람을 맞으며 옆으로 걸어가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나가지도 않고 뒤처진다는 마음도 없이. 흰 모래밭을 옆으로 기어가는 게들처럼 고요함에 부지런하고 싶어요. 앞으로만 뻗어가는 길에서 비켜나고 싶어요.

그 샛길에서 만난 당신이 너도밤나무처럼 단단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겠지요. 그러면 피로와 걱정으로 죽어가던 내 얼굴이 어린 시절의 맑은 표정으로 다시 살아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나도 당신에게 참나무 목소리와 물의 말씀과 초원의 기호로 속삭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생일이 똑같은 아이들처럼 서로를 축복해줄 테지요.

진은영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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