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톡2030] 청년 창업

청년 창업, 대세가 되다

청년 창업 전성시대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30세 미만이 창업한 신설 법인 수는 총 1,123개로 역대 최다 규모다. 1년 전만해도 감소세였던 청년 창업은 지난해 3분기부터 분기마다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신생기업(스타트업) 열풍에 박근혜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 장려 정책이 함께 한 결과다.

그러나 20, 30대 10명 중 3명(31.7%)이 창업을 고려해 본 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저조한 수치다. 청년들은 막상 창업에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35.7%)과 ‘창업공간 등 인프라 부족’(24.3%), ‘창업관련 체계적 교육 부재’(17.7%) 등을 꼽는다.

원하면 도전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건강한 사회다. 취업 전쟁에 뛰어드는 대신 혼자 일어서기를 택한 2030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위즐커피 수입 유통 업체 한국커피위즐을 운영하는 박솔희씨는 “어려움도 있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이 창업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원하는 일 쫓다보니 또 다른 기회가”

두 달 전 창업한 초보 사업가 박솔희(25)씨는 이름도 생소한 ‘위즐커피’를 판매한다. 위즐커피는 잘 익은 커피 열매를 먹고 사는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만드는 루왁커피처럼 사향족제비의 배설물로 만드는 커피다.

미국이나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서는 고급커피로 통하지만 우리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박씨 역시 위즐커피가 흔한 베트남에서 처음 맛보고 여기 빠져 직접 원두를 수입해서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업체를 차렸다.

정작 박씨의 본업은 여행작가다. 대학 2학년생이던 2010년 여름방학 때 일주일 동안 무궁화호를 무제한 탑승할 수 있는 내일로 티켓 5장을 구입해 5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많이 쓰이지 않던 시절이어서 사서 고생하는 여정이었다. 이후 박씨는 자신의 고생담과 여행 정보 등을 담은 책을 발간했고 이 책이 10쇄를 찍을 정도로 인기를 얻으며 강연까지 하게 됐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대학생과 여행작가, 강사 등 세 가지 직업을 갖게 된 것이다.

위즐커피라는 사업 아이템을 만난 것도 출판사 제안으로 베트남 여행을 하면서부터였다. 박씨는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 직업을 얻게 됐다”며 “여행 후 책을 쓴 것이나 커피 유통업을 시작하게 된 것 모두 내가 즐길 뿐 아니라 필요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한 직장에 소속되지 않은 박씨의 ‘불안한 신분’이 오히려 언제든 원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박씨의 사업은 아직 월세만 겨우 내는 수준이다. 사업자금으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7,000만원 저리 대출을 받아 시작한 데다 베트남 현지와 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사업의 쓴맛을 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국내에 위즐커피를 알리는 것이 뿌듯하다”며 “자신 있는 만큼 우직하게 나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패해도 괜찮아… 다 제거니까요”

서울 이문동 한국외대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정원하(28)씨는 칠전팔기의 청년 사업가다. 그는 20세 때부터 낮에 과외, 밤에 술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다. 그러다 2009년 마음 맞는 친구들과 맥주를 판매하는 술집을 열었는데 호기로운 도전은 처참하게 실패로 끝났다. 정씨는 “지인이 많으니까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6개월 만에 가게 문을 닫았다”며 “그 뒤로 다시 3년 동안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꽃집, 행사 기획 등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창업과 폐업을 반복한 지금 ‘먹고 살 만한’ 정도로 수익을 올린다. 그에게 돈보다 크게 남은 것은 경험과 자신감이다. “그래도 저는 다른 사람에게 기대거나 신세 진 적이 없잖아요. 남이 만든 브랜드를 키우는 게 아니라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광고영상 제작업체 루미너스 영상제작프로덕션과 침구 업체 이해&다다를 함께 운영하는 김다영씨가 21일 서울 역삼동 작업실에서 직접 디자인한 쿠션을 안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창업 경험자들은 정씨처럼 아예 처음부터 회사를 차리는 것보다 다니던 회사를 나와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미국 뉴욕에서 영상연출을 배우고 돌아와 1년 동안 광고회사에서 근무한 김다영(31)씨도 독립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지시에 맞춰 일하는 것은 보람이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김씨는 영상 제작과 침구 제작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특히 침구 사업은 각각 영상과 디자인을 전공한 김씨와 동업자의 역량을 합친 야심작이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도 두 사람의 이름에서 따 왔다. “두렵지 않았냐고요? 두렵다고 재미없는 일을 계속하기는 싫었어요. 실패해도 괜찮아요. 모든 경험이 제 것으로 남을테니까요.”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김주리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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