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 중이다. 제1차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에 있었다. 거슬러 올라가서, 1983년 여름에 KBS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제목의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을 한 적이 있다. 원래 이 프로는 몇 시간만 방영하고 끝내려 했는데 신청이 너무 많이 밀려드는데다가 매일 TV 앞에서 이산가족들의 사연을 보면서 감정이입의 눈물을 흘리는 국민 전체의 관심이 지대해서 몇 달 간 마라톤 생중계를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남한에 살고 있었지만 서로 헤어져 살아온 가족들이 만 명 넘게 만나게 되었다. 또 1985년 가을에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적십자사의 합의에 의하여, 서울과 평양에서 이산가족 고향방문단과 예술 공연 교환 행사가 이루어졌다.

‘이산’은 거의 모든 인도유럽어들에서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한다. 원래 이 말은 기독교 구약 성경의 ‘신명기’를 히브리어에서 그리스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말이다. 디아스포라의 1차 의미는 흩뿌리고 퍼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파종(播種) 또는 이산(離散) 등으로 번역한다. 그리스어 접두사 ‘dia’는 영어로 ‘across, through, by, over’ 등의 뜻으로, 대화(dialogue)라든가 지름(diameter)과 같은 단어 앞에 붙어 있다. 뒷부분 ‘스포라’의 어원은 ‘뿌리다’란 뜻을 갖는 고전 그리스어 동사 ‘speirein’으로, 오늘날 영어 싹(sprout) 등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고대 유대인의 역사가 다뤄지는 기독교 구약 성경에서 ‘디아스포라’는 기원전 607년 바빌로니아인들이 이스라엘에서, 기원후 70년 로마 제국이 유대 지방에서 유대인들을 쫓아내는 대목에서 쓰였다. ‘신명기’ 28장 25절의 표현은 이렇다: ‘네가 또 땅의 모든 나라로 흩어지고’.

근대에 들어와서는 예컨대,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이 소위 노예 무역에 의해서 제 땅으로부터 뿌리 뽑혀서는 중남미 및 서구로 이주하게 되었고, 많은 중국인들도 전쟁과 기근을 피해서 다른 땅에서 농민이나 막노동꾼(coolie)이 되었다. 참고로, ‘쿨리’란 말은 고된 일을 뜻하는 한자어 고력(苦力)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명백한 것은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영국 사람이나 미국 사람들에게는 디아스포라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근대의 디아스포라는 어쨌거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압력, 그러니까 좀 거칠게 개괄한다면 제국주의 압력에 의해서 강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에서 영미계 화자가 고국을 떠난 국외 거주자로서의 자기를 가리킬 때에, 또는 영미계 국외 거주자들에 대해서는 대개 그저 ‘expat’라고들 한다. ‘expat’는 ‘expatriate’의 준말인데, 애국심(patriotism)과 같은 단어를 염두에 두면 그 뜻을 잘 알 수 있다. 여기서 ‘ex는 ‘out of, from’의 뜻이다.

문화이론의 주요 개념으로 디아스포라가 대두한 것은 1990년대 포스트식민주의 이론이 부각하면서부터다. 이 이론은 식민지 상태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언어, 욕망, 무의식 및 갖가지 관행과 제도에 남아 있는 식민지 체험의 흔적을 설명하려는 패러다임이다. 이것은 과거의 소위 신식민지주의가 정치, 군사, 경제적인 측면만을 강조했던 것과는 아주 미묘하게 다르게, 주로 문화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오늘날 디아스포라 과정은 제국주의 전쟁 및 이로부터 파생된 내전, 그리고 글로벌한 자본주의 분업 체계에 의해서 가속되고 있다. 디아스포라적 삶에 고유한 혼성적 성격은 떠나온 모국의 에스닉한 전통을 지키려고 하는 문화적 구심력과 살고 있는 곳의 이질적 환경이 가하는 문화적 원심력 사이의 갈등과 긴장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디아스포라는 역사적으로 주로 분단과 전쟁 및 경제 성장에 의해 만들어져 왔고, 또 최근에는 외국으로부터의 이주민 노동자들의 일상적 삶에도 각인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디아스포라적 삶에 스며들어 있는 혼성적인 것들의 힘을 다이내믹하고 긍정적인 잠재력으로 만드는가, 아니면 배타적 증오나 단말마적 혐오의 동력으로만 삼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모두의 깨달음과 노력에 달려 있다.

이재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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