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and English (문화와 영어)

1950년대에 영국에서는 계층 의식이 영어에도 영향을 끼쳤다. 영국은 지금도 각 지역별 사투리 구분과 계층 의식이 확고한 편이다. 오죽하면 단어의 발음과 억양을 놓고 upper-class, middle-class, working class(서민층)로 나눌 정도. 이 때 나온 말이 소위 U-English와 non-U English다. 여기서 U는 upper-class를 의미한다.

가령 ‘몸이 아파 누워 있다’고 말할 때 상류층은 ‘I was ill yesterday’라고 말하고 중산층이나 서민층은 ‘I was sick’이라고 말한다. 그런 영향 때문일까? 지금도 sick에는 ‘몸이 아픈’의 의미에 ‘정신이 이상한’과 같은 부정적 의미가 가미되어 있다. ‘틀니’를 말할 때에도 상류층은 ‘false teeth’라고 하고 일반인은 ‘dentures’라고 말했다.

상류층이라고 해서 특이한 단어를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전통적이고 고상한 말’을 상당히 의식했다. 이에 대한 영향은 무의식적으로 지금까지 전한다. 지금도 원어민 사이에서 소파를 말할 때 ‘sofa’와 ‘couch’ 중 무엇이 옳은지 논쟁을 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역사적 문화 의식이 숨어있다. 사회 계층적 언어 패턴은 일반인에게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지만 일부에게는 민감한 사회적 반향을 야기했다. 1970년대 이후 이런 현상에 거부감이 생기면서 지금은 상당히 희석되긴 했지만, 영어 억양에는 분명히 계층 의식이 존재했다. 미국에서도 외래어나 고유 명사의 발음을 놓고 어떻게 발성하느냐에 따라 Upper-class와 Middle-class(white-collar workers) 그리고 working class(blue-collar workers)로 나누던 때가 있었다.

독일 자동차 Porsche의 발음을 보면 영국인보다는 미국인의 발음이 원어인 독일어 발음에 가깝다. 그런데 요즘엔 프랑스 Renault자동차를 소유한 대다수의 영국인이 자신의 자동차를 소개할 때 영국식으로 발음하지 않는다. Peugeot 자동차도 프랑스 원어 ‘푸조’에 가깝게 발음한다. 이는 영국도 EU의 회원국이 되었고 예전보다 유럽 대륙을 왕래하는 빈도가 많아지면서 영국식으로 발음하는 비율이 줄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서울’을 ‘쎄울’로 발음해도 이해는 하지만, 고유 지명 ‘서울’로 발음해 주길 기대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혹자는 미국 상류층을 비판하면서 ‘정오가 넘으면 먹는 밥’을 의미할 때 본래 dinner로 말하던 것을 lunch로 바꿔 말하고, 반문할 때의 표현도인‘Pardon?’도 ‘What?’으로 바꾸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화장실’을 ‘변소’보다 교양 있는 표현인 것으로 느끼는 것처럼 계층별 표현은 시대적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toilet보다 lavatory를 선호했던 상류층 언어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