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후폭풍

국정화 공방에 강동원 발언 겹쳐

대정부 질문은 역사전쟁터 전락

한중 FTA, 노동개혁 논의 위한

여야 3+3회담도 끝내 불발

정부 여당 개혁 작업도 올스톱

민생법안 처리 등 차질 불 보듯

정부 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정국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대정부질문은 분야와 상관없이 여야의 역사전쟁터로 변했고 정부 정책의 추진력도 상실됐다. 여야가 극한의 역사전쟁에 돌입하면서 민생 관련 법안 및 예산안 처리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15일 정책위의장까지 참석하는 3+3 회동을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막판에 불발되고 말았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제안으로 1개월 전에 잡힌 자리에서는 내년도 예산안 및 민생법안 처리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관련 여야정 협의체 구성, 노동개혁 5대 입법안 등에 대해 두루 논의할 계획이었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채널은 역사 전쟁 때문에 가동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선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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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앞줄 가운데)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15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당론으로 확정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 로텐더홀에서 이념편향 역사 교과서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gkoh@hankookilbo.com

새누리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해서 규탄결의문을 채택하는 한편, 강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요구하는 징계안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하는 등 파상 공세로 야당을 압박했다. 특히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이날 “의혹 제기가 상식적이지 않고 국민적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일각에서 늘 제기해왔던 의혹들이 아직 다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대목을 문제 삼아 야당 지도부로 공세의 표적을 이동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역사교과서 논란에 쏠린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대선 불복 논란을 의도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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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앞줄 가운데)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15일 의원총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와 함께 황교안 총리의 유사시 일본 자위대 입국 가능성 발언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이에 맞서 야당은 교과서 국정화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 정책조정회의에서 “함량미달 학자들이 함량미달 교과서를 만들어 함량미달 지식을 가르쳐서 결국 통치가 용이한 함량미달 국민을 육성하는 게 박근혜식 역사교육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는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인혁당 사건 유가족 등 유신시대 피해자들을 만나는 등 교과서 국정화 저지 행보를 이어갔다. 이 원내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삭발을 통해 국정화 저지에 대한 결의를 보여주자’는 의견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사교과서 논란으로 정국이 급랭하면서 정부 여당의 각종 개혁 작업도 올스톱됐다. 노동개혁의 경우, 지난달 15일 노사정위원회 대타협 이후 국회로 공이 넘어왔지만 새누리당이 노동개혁 5법을 발의한 것 외에는 어떤 진전도 없다. 야당에서는 경제정의ㆍ노동민주화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여당의 입법안에 맞서는 개혁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이 마저 역사전쟁으로 인해 멈추고 말았다. 꽉 막힌 정국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의나 한ㆍ중FTA 비준안 관련 여야정 협의체 구성 논의 등은 시동도 걸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국가정보원의 '휴대전화 해킹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정보위의 현장방문이 무산되면서 국정원 국감도 반쪽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대동할 전문가에게 로그 파일 열람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국정원에서 국회의원만 열람할 수 있다는 방침을 고수하자 현장 검증 자체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20일로 예정된 정보위의 국정원 국감도 여당 단독으로 열거나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정민승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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