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의 TV 다시 보기]'

tvN ‘삼시세끼-어촌편’ 시즌2의 차승원(왼쪽)과 유해진. CJ E&M 제공

조금 더 느긋해졌다. 회를 치고 제빵을 하고 짬뽕을 뚝딱 만들던 요리쇼를 벗어난 느낌이다. ‘쿡방’을 선도했던 tvN ‘삼시세끼-어촌편’이 8개월 만에 돌아왔다. 그것도 확 바뀌어서. 현란한 기술로 15분 이내에 완성하던 차승원의 요리는 어쩐지 겸손해졌고 사사건건 간섭(?)을 늘어놓던 나영석 PD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삼시세끼 메뉴를 주문하면 요리 재료 구하랴, 없는 요리도구로 그럴듯한 요리를 만들랴 분투하던 세 사람의 구도가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는 차승원 유해진의 ‘진짜’ 만재도 생활이 채웠다.

자전거를 타고 좁은 마을 길을 달리는 유해진, 고단해 낮잠에 빠져든 유해진을 위해 배춧잎을 씻고 국을 끓이는 차승원은 그야말로 시골생활 자체다. 음식 하나 만들자고 치열했던 시즌1은 그렇게 조용한 풍경으로 변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마당에서 밥 짓고 국을 끓이는 상황에서도 “지X를 한다”며 웃어 넘기는 유해진의 여유가 시즌2의 핵심이라고 할 것이다. 설탕과 간장만으로 맛을 낸 토마토설탕 절임과 메추리알 장조림, 밀가루 반죽에 몇 가닥도 안 되는 부추만 넣은 부추전의 소탈한 상차림으로 ‘차승원표’ 밥상으로 변한 것만 봐도 그렇다. 부엌 한 켠에 갖은 양념통이 진열된 차승원의 수납장이 멋쩍어 보일 정도다.

압권은 어둠이 깔린 만재도에서 비로소 두 사람이 나누는 속 깊은 대화였다. 영화 ‘관상’의 송강호를 보며 배우로서 잘 나이 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다 “잘 늙어가고 있어” “우리도 잘 버텼어”라며 넋두리하던 모습은 중·장년의 가장뿐만 아니라 20~30대 젊은 층에게도 뭉클하게 다가온 위로였다. 밝은 달빛 아래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를 토닥이는 두 사람의 브로맨스에 눈시울을 적셨다는 여성 시청자들도 많다. 지상파 방송을 모두 포함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12%대의 시청률은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렇게 어촌편은 두 사람만으로 충분히 완성되고 있다. 게스트 박형식의 등장이 반가운 한편 이들의 깊은 대화가 사라지지나 않을지 염려스럽다. 앞으로 손호준과 이진욱도 합류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 두 사람만으로도 누군가 끼어들 빈 자리가 있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만재도의 여유가 깨질까 벌써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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