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보 무임승차론” 주장에 한국은 매년 1조원씩 분담 반박

12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정치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한국 안보 무임승차론'을 날카롭게 반박한 대학생.유튜브 캡쳐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가운데 여론조사 수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한국에 대해 제기했던 ‘안보 무임승차론’과 관련, 동양계 미국 청년으로부터 조목조목 ‘사실이 아니다’라는 반박을 받았다. 이 학생은 6개월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의 방미 당시 군위안부 관련 ‘송곳 질문’을 했던 한국계 하버드대생 조지프 최(최민우)씨 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12일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에서 온건 중도성향 정치단체인 ‘노 라벨스’ 주최행사에서 불법이민, 연방정부 재정적자, 대외 정책 등에 대해 과격 표현을 섞어가며 거칠고 조악한 자신의 구상을 거침없이 소개했다. 두서 없는 설명에 일부 청중이 실망스런 반응을 보였지만 트럼프는 아랑곳없이 30분 가까이 자기 주장을 이어 나갔다.

트럼프에 대한 반격은 마지막 질의 응답에서 나왔다. 하버드대 로고가 새겨진 자주색 상의를 입은 최씨는 질문권을 얻자마자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아무것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당황한 듯 말을 끊으며 청년의 외모만 보고 대뜸 “한국 사람이냐”고 물었지만 청년은 “텍사스에서 태어나 콜로라도에서 자랐다”고 응답했다. 트럼프 반격을 멋지게 받아 치자, 청중 사이에서 청년을 격려하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최씨는 “내가 어디 출신이건 관계없이 사실을 바로잡고 싶다. 한국은 매년 8억6,100만달러(약 9,800억원)를 주한 미군 방위비로 지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지난 4월 하버드대 공공정책대학원(케네디 스쿨)에서 열린 아베 총리 연설 후 질문자로 나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에 관여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는데도 왜 아직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하지 않느냐”고 추궁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아베 총리 연설 때에도 하버드대 이름이 새겨진 자주색 후드티를 입고 나왔다.

트럼프는 최씨의 질문을 중간에 끊고 “그 정도는 미국이 부담하는 비용에 비하면 푼돈(Peanuts)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최씨가 계속 따지려 들자 “한국은 부자 나라”라고 주장한 뒤, 그 근거로 “내가 TV 4,000대를 공급 입찰을 한 적이 있는데 그 회사가 LG이건 삼성이건 유일한 입찰국은 한국이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독일도 방어하고, 일본도 방어하고, 한국도 방어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로부터 아주 작은 비용을 받는데, 이것은 조각(fraction)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조약동맹의 성격도 불평등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누군가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미국은 나가서 공격하고 싸우고 죽어야 하지만, 누가 미국을 공격한다면 일본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에 대한 최씨의 당찬 질문은 미국 언론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물론이고 뉴욕타임스도 트럼프의 이날 연설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트럼프가 한국 문제와 관련해 날카로운 질문을 받고 당혹해하는 장면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한국은 현재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 매년 1조원 가까이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으며 간접지원액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해 지급된 공식 분담비용은 9,200억원이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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