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제작 일정 촉박… 현장 검토도 안 거칠 듯

12일 정부가 한국사 국정교과서 도입을 발표했지만 촉박한 일정으로 인한 졸속 제작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당정이 국정화를 밀어 부치고 있지만 계획된 일정에 맞춰 교과서를 만들고 현장에 배포하기까지는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계획대로 교과서를 2017년 3월에 맞춰 중ㆍ고교에 보급하기 위해서는 2017년 2월까지 1년 5개월 만에 제작을 마쳐야 한다. 교육부는 11월까지 집필진을 구성해 1년 동안 집필하고 3개월 가량 심의ㆍ수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기존 검정제에서 총 2년(집필 1년, 검정 및 심의 수정 1년)동안 제작했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이는 국정교과서를 편찬할 국사편찬위원회 내부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국편의 한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존 검정제 때 적용하던 일정으로 따지면 기한 내 교과서 집필이 불가능한 게 맞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정교과서는 검인정과 달리 당락을 심사할 필요가 없고 집필과 동시에 심의와 수정을 병행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기술 내용을 심의ㆍ수정 하는 심의위원회가 상설기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집필과 동시에 의견을 수렴하고 심의ㆍ수정해 제작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시범 학교에서 현장 검토 절차도 거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점도 문제다. 지난 7월 교육부가 발표한 ‘교과용 도서 개발체제 개선안’에 따르면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감수하고 적용하는 절차가 명시 돼 있다. 하지만 교육부 일정대로 2016년 11월까지 집필이 마무리 돼도 이때 일선 학교는 이미 겨울방학을 앞둔 시점이라 현장 검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육부도 이날 국정교과서 도입을 발표하면서 현장검토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국정 교과서는 현장검토도 없이 바로 일선학교에 배포될 가능성이 높다.

국사편찬위원회가 ‘검정용 집필기준’을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점도 논란거리다.‘검정용 집필기준’은 검인정 교과서 심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되지만, 국정교과서는 검인정 교과서와는 다르기 때문에 별도로 새로운‘국정용 집필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국편은 시간이 부족해 검정용으로 만들어진 집필기준을 그대로 사용하고, 수정이 필요하면 임의로 교육부가 변경한 집필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여곡절 끝에 교과서가 만들어져 보급돼도 전국역사교사모임 등 교사 단체들이 진보 진영에서 추진하기로 한 대안교과서를 보조교재로 활용, 국정 교과서를 사실상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교육 현장의 진통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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