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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역진성 바로잡자" VS "구입·보유 이중 중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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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역진성 바로잡자" VS "구입·보유 이중 중과세"

입력
2015.10.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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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세 부과 기준 '배기량→가격'

국산차 높은 세금 개선되지만

보유세 늘고 친환경차에도 불리

배기량·연비 등 복합적 고려 필요

자동차세 부과 기준을 배기량(㏄)에서 가격 기준 체계로 개편하려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자동차세 체계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가격 기준은 비싼 수입차보다 중저가 국산차에 더 높은 자동차세가 붙는 현 세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시도여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가격 체계로 개편하면 이미 세금을 많이 낸 사람들이 또 다른 보유세 부담을 더 질 수 있고 친환경ㆍ고효율 차량이 오히려 불리해 지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개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심 의원이 5일 발의한 지방세법 골자는 자동차세 과세 기준을 배기량에서 차량 가액으로 바꾸는 것이다. 배기량 기준은 1967년 도입됐다. 심 의원 법안은 고가 차량이 저가 차량보다 세금을 더 적게 내는 조세의 역진성(소득이 낮은 사람이 세부담을 더 지는 것)을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실제로 2,000만원대인 현대 쏘나타 가솔린 모델(1,999㏄)의 연간 자동차세(교육세 포함)가 51만9,740원인데, 4,000만원 후반~5,000만원대 초반인 벤츠 C200(1,991㏄)의 자동차세는 51만7,660원으로 쏘나타 세금보다 적다.

그러나 가격 단일 기준을 적용하면, 구입 단계에서 세금을 많이 낸 이들이 보유 단계에서도 세금을 훨씬 더 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를 살 때는 개별소비세(공장도 가격 5%)와 취득세(소비자 가격 7%)에 채권 비용을 내야 하는데, 이들은 가격에 비례하는 부담이기 때문이다. 독일제 중형 차량을 최근 구입한 안모(40)씨는 “차 살 때 세금을 수백만원 더 냈는데 뭘 또 더 내란 소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료 효율이 높고 오염 물질을 덜 배출하는 차가 세금에서 오히려 불리해지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 세계 자동차 업계는 터보엔진(기압을 올려 엔진에 강제로 공기를 흡입시키는 방식)을 적극 활용, 배기량이 낮으면서도 기존 고배기량 엔진과 비슷하거나 더 큰 출력을 낼 수 있는 ‘다운사이징’에 주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BMW는 3,000㏄급이던 528i 가솔린 차량에 지금은 1,995㏄ 터보엔진을 적용하는데, 배기량을 낮추면서도 출력을 향상시켰고(231→245마력), 연비도 개선했다.(9.0→11.7㎞/ℓ)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당 249g에서 150g로 낮췄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다운사이징을 열심히 했다는 것은 연구개발비를 많이 투입했다는 것”이라며 “가격 기준 자동차세는 이런 신기술 개발에 역행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심 의원안은 자동차세 한도를 연간 200만원으로 정하고 있는데, 슈퍼카를 소유한 ‘진짜 부자’보다는 수입차 중에서 상대적으로 중저가 모델을 소유한 ‘애매한 부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업계와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 사안인 탓이다. 정종섭 장관이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자동차세 산정방식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 가격 기준으로의 전환을 전향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지자, 행자부는 부랴부랴 해명자료를 내고 “자동차세 개편안이 발의된 만큼 해외사례, 파급효과 등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것이지 과세체계를 가격 기준으로 변경 추진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배기량, 연비, 환경 요소 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한 세금 체계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김필수 교수는 “선진국도 배기량, 환경 요소 등을 결합한 복합 방식을 적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이제라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적용을 확대하는 등 서서히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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