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 때문에, 생계를 위해서, 혹은 실수나 순간의 엇나간 심정으로, 어떤 이유로든 감옥에 갔다 출소하는 이들에게는 두부를 먹입니다. 두부의 흰빛처럼 순결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라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다른 이유가 또 있었군요. 시인은 두부를 만지며 누군가의 살을 느낍니다. 어린 시절 목욕탕 증기 속에서 꼭 안아주던 엄마의 부드러운 품 같기도 하고 유폐되기 전 마지막으로 잡아 본 연인의 손길 같기도 한 그것. 그런 따뜻함이 한구석을 데우고 있는 세상이니 소외감 없이 돌아보라고, 우리는 구치소 문을 열고 나오는 이들에게 두부를 내미는가 봅니다.

그는 두부를 먹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콩처럼 단단하고 야무진 시간들도 있었는데 세상의 맷돌에 깔리다 보니 여러 번 죽고 때때로는 죄라고 불리는 일들도 했지요. 그래도 식지 않은 두부를 들고 문 앞에서 기다리는 당신이 있어 다행이에요.' 오늘 마음의 구치소에서 출소할 예정이라고 연락주신 L님, 환영합니다!

진은영 시인·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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