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온도 평년보다 2도 높아 수증기 공급되며 대기 순환 엉켜

고기압 지역에선 고온현상 발생

장마전선도 영향 받아 북상 못해

올 여름 태풍 비켜간 것도 원인

가을장마 없어 사태 더 가중시켜

1981~2010년 평균 해수면 온도와 올해 8월 현재 해수면 온도를 비교한 것으로, 붉을수록 온도가 높다는 뜻이다. 엘니뇨 현상의 출발지인 동태평양 적도 부근이 가장 붉다. 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A)

수도권ㆍ강원ㆍ충청이 최악의 가뭄 사태를 겪는 이유는 그 동안 네 가지 기상요인이 겹쳐 봄 가뭄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누적강수량은 754.3㎜로, 평년(1196.6㎜)의 62%에 불과하다. 가뭄이 집중된 곳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 서울ㆍ경기의 평년 대비 누적강수량 비율은 42%, 강원ㆍ충북 52%, 충남 49%에 그친다.

6월 말부터 시작되는 장마의 영향으로 7월 상순 한반도에는 원래 많은 비가 내린다. 비를 뿌리는 장마전선은 북태평양고기압과 오호츠크해고기압이 만나는 경계에서 형성된다. 그러나 이번 장마철에는 장마전선이 주로 남부지방에 머물렀다. 김용진 기상청 통보관은 “강하게 발달한 엘니뇨의 영향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이전만큼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상하지 못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위치한 장마전선 또한 남부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당연히 중북부 지방에 비가 적게 오면서 가뭄도 심해졌다.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라는 뜻으로,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6개월 넘게 0.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이다. 열대지역에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의 약화가 그 원인이다. 무역풍의 세기가 줄면 서쪽의 따듯한 해수가 동쪽으로 이동해 동태평양 지역의 차가운 물이 표층으로 올라오는 용승 현상을 막는다. 결과적으로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게 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엘니뇨 관측지역(북위 5도~남위 5도, 서경 120~170도)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다고 밝혔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열과 수증기가 대기로 공급돼 전 지구의 대기 순환이 엉키게 된다. 고기압이 강화된 곳은 폭염과 같은 고온현상이, 저기압이 심해진 곳은 폭우, 홍수가 발생한다. 이 같은 ‘엘니뇨의 심술’로 중남미에 위치한 과테말라는 8월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농작물이 말라 죽고 100만명이 식량난에 시달렸다. 반면 같은 기간 남미의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폭우가 내려 홍수로 1만1,000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종범 강원대 환경학과 교수는 “엘니뇨 등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는 강수패턴을 변화시켜 가물 때는 더 가물고, 호우가 내릴 때는 집중되는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가 올 여름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비켜간 것도 이번 가뭄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실제 지난 7월 제9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제주 등 일부 남부 지역의 누적강수량은 1,200㎜에 달했다. 반면 서울 38.5㎜, 경기 파주 53.4㎜, 강원 춘천 30.2㎜ 등 중부지방의 강수량은 한참 못 미쳤다.

여기에 더해 9월 이후에도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씨가 계속 되면서 가을장마조차 생기지 않은 것도 가뭄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됐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기상청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3개월 기상전망 보고서’에서 10~12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10ㆍ11ㆍ12월 평년 강수량은 50.2㎜, 46.7㎜, 24.5㎜로 기본적으로 적은 편이라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변희룡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충남에서 시작된 제한급수가 한두 달 안에 강원, 경기 등으로 확산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김용진 통보관은 “겨울에 쌓인 눈 10㎝는 10㎜의 비가 내린 효과밖에 되지 않는다”며 “가을과 겨울철 강수량이 기본적으로 작은 데다 눈의 수분 함유량이 비보다 매우 적어 가뭄은 내년 봄까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7일 오후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가 극심한 가뭄으로 땅이 갈라져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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