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세븐틴'. 앞줄 가운데가 센터 포지션의 에스쿱스다. 출처=세븐틴 페이스북
2007년 데뷔 당시 그룹 '소녀시대'의 앳된 모습. '센터' 역할을 맡은 윤아(가운데)는 소녀로서의 여러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존재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이돌은 음악 산업의 영역에 있지만, 동시에 캐릭터 산업에 속해있기도 하다. 아이돌이 된 이들에게도 당연히 사람으로서의 실제 삶이 있지만, 아이돌 산업은 그 중 일부를 쳐내고 일부를 다듬어서 대중, 보다 정확하게는 팬들에게 그 모습들을 보여준다. 외모가 잘 생겼는데 하는 행동은 이른바 ‘4차원’적인 면모가 있다면 그 부분을 더욱 부각시키고, 귀여운 면모가 있다면 그 부분을 더욱 강조한다. 과거 슈가 시절의 아유미를 비롯해 많은 아이돌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천진난만한 모습을 강조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래서 아이돌 그룹의 포지션은 일반적인 팀의 구성과 다르다. 일반적인 그룹은 연주하는 악기에 따라 보컬 - 기타 - 베이스-드럼처럼 나눠지거나 보컬-코러스-랩과 같은 구성으로 나눠진다. 반면 아이돌 그룹은 랩과 보컬과 같은 포지션도 있지만, ‘센터’와 ‘막내’처럼 포지션인 듯 포지션이 아닌, 그러나 사실은 포지션인 부분도 있다. 캐릭터가 중요한 아이돌 그룹에서는 나이가 가장 어린 것도 사실상 하나의 포지션이 되고, 랩과 보컬도 기능적인 포지션일 뿐만 아니라 캐릭터를 만드는 영역이 된다. 이를테면 그 옛날 H.O.T.의 장우혁부터, 래퍼 포지션에 있는 멤버는 터프한 이미지가 부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캐릭터 포지션 중에서도 ‘센터’는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팀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센터는 일반적으로 아이돌 그룹에서 가운데 서는 멤버로 여겨진다. 화보를 찍을 때, 또는 무대에 설 때 가운데에 서서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그만큼 센터는 외모가 뛰어난 멤버가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대중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팀을 알리고 팬을 만드는 이른바 ‘입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녀시대의 윤아는 대표적인 센터 중 한 명이다. 윤아는 소녀시대 데뷔 전부터 드라마에 출연하고, 데뷔 초 활동에서도 중심에 서며 문자 그대로 외모로 팀의 이미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센터는 단지 외모가 뛰어난 멤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데뷔 초기에 센터는 대중의 이목을 끌어 모으는 존재고, 그만큼 팀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윤아가 아이돌 그룹의 대표적인 센터일 수 있는 것도 윤아의 얼굴이 데뷔 당시 소녀시대가 가진 ‘소녀’로서의 여러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센터는 단지 빼어난 외모만이 아니라 그룹의 이미지를 그 사람의 얼굴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세븐틴의 경우 13명의 멤버가 각자 다른 캐릭터를 가졌다고 할 만큼 다양한 외모와 성격을 가졌다. 그 중에는 m.net ‘쇼미더머니 4’로 화제를 모은 버논처럼 혼혈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미남도 있고, 긴 머리의 정한처럼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은 외모를 가진 멤버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두 번째 미니 앨범 타이틀 곡 ‘만세’의 뮤직비디오에서 스토리의 주인공은 팀의 리더인 에스쿱스다. ‘만세’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운동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성격에 장난기가 조금은 서려 있는 미남의 모습은, 이 팀이 ‘만세’에서 보여주려는 남자의 중심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에스쿱스가 중심에 있는 상태에서 다양한 매력의 남자들을 선보이는 것이 세븐틴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센터는 특정 그룹의 이미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포지션이고, 그만큼 센터가 누구인가는 그 팀을 기획하는 회사의 취향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팀의 이미지를 얼마나 명확하게 생각해냈는가를 보여준다. ‘누가 봐도 이 팀의 센터’가 분명히 있는 팀은 성공할 확률이 높고, 그런 센터를 잘 뽑는다는 것은 그만큼 그 회사가 팀의 전체 캐릭터까지 선명하게 다듬어낼 줄 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기획사나 제작자는 자신이 어떤 팀을 만들고 싶은지, 그리고 그 팀을 구현할 수 있는 센터가 누구인지부터 확실하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능력이 없거나 급하다는 이유로 센터를 제대로 뽑지 못한다면, 차라리 팀을 데뷔 시키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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