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주 기자가 미디어는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짚어보는 ‘미디어나우’를 격주 새로 연재합니다.

요즘 애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사용자들은 새 운영체제 iOS9로 앞다퉈 판올림 중이다. iOS는 버전이 높아질 때마다 다양한 새 기능을 추가해 왔는데, 특히 이번에는 웹사이트 광고 차단 기능이 탑재돼 정식 업데이트가 시작되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광고 차단 기능이란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배너ㆍ문자광고를 가리고 글과 사진 등 콘텐츠만 골라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데스크톱PC에서는 수년 전부터 사용돼 왔다.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사용자들은 원클릭으로 설치할 수 있는 ‘애드블록(ad block)’ 확장 프로그램(바로가기)을 통해 지저분한 광고를 차단할 수 있다. 아직까지 사용자 수가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6%(1억9,800만명)에 그치고 있지만, 이 숫자는 지난해 1년 동안 무려 41%가 급증한 것이다.

광고 차단 프로그램이 급속도로 확산될 경우 영향은 뻔하다. 일차적으로 이미 죽어가고 있던 배너광고 시장은 사멸할 것이고, 이차적으로는 수익을 온전히 온라인 광고에 기대고 있던 산업의 연쇄 사망이 우려된다. 그리고 그런 위기에 놓인 대표적인 산업이 페이지뷰에 목매는 디지털 미디어 산업이다.

현재 우리나라뿐 아니라 거의 전세계 미디어 산업이 디지털 영역에서는 페이지뷰를 높이고 배너광고를 붙여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저분한 광고가 내용을 읽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가리고 모바일 환경에서는 실수로 광고를 클릭해 엉뚱한 사이트로 연결되는 일이 허다하다.

국내 미디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종이신문 구독자 수가 최상위권인 언론사마저 비뇨기과나 산부인과 성형외과 등이 광고주인 광고를 덕지덕지 붙이고 있다. 페이지뷰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의 기사를 쓰거나 낚시성 제목을 달거나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를 키워드로 한 기사를 수십 건씩 중복해서 내보내는 ‘어뷰징’이 성행한다.

물론 모바일에서 광고 차단 기능이 얼마나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부정적인 사용자 경험이 계속된다면 광고 차단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미디어가 낚시 기사로 페이지뷰를 올리고 광고를 덕지덕지 붙이는 구시대적 비즈니스 모델 대신 독자와 광고주의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실험하고 찾아나가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사이, 배너광고 시장의 몰락은 눈앞에 다가왔다. 지금이라도 수준 높은 네이티브 광고나 전문 분야 독자를 위한 유료 구독 모델 등을 연구ㆍ모색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광고 차단 프로그램 확산으로 미디어의 광고 수익이 급감하는 것을 “미디어의 자업자득”이라고 조소하는 태도가 옳다고만 할 수는 없다. 무차별적인 광고 차단은 저널리즘의 가치에 충실한 기사를 쓰는 좋은 미디어의 생존 기반도 동시에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너광고가 덕지덕지 붙은 언론사 사이트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낚시성 기사에 대해 ‘기레기’라고 욕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좋은 저널리즘을 살리기 위한 적극적인 뉴스 소비를 한다면 악화가 양화를 도태시키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일례로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가독성을 해치지 않고 선정적이지 않은 광고를 적당한 수준으로만 보여주는 한국일보닷컴 같은 사이트에는 차단 기능을 끄도록 설정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정부와 광고주에서 독립적인 언론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선호하는 언론사를 후원하고 응원하는 의미로 유료 구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뉴스펀딩’은 여러 1인 미디어나 독립 언론의 취재가 후원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자들이 ‘기레기’라 욕 먹는 시대지만,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기사 등 사회와 권력을 감시하는 미디어 고유의 기능에 충실한 언론도 많다. 미디어의 생존 기반이 무너지면 이 같은 권력 감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수많은 지방지가 도산하면서 지방정부의 비리 적발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세상이 험하면 험할수록 미디어와 뉴스 소비자가 함께 좋은 미디어 살리기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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