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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金의 전쟁’ 손익계산

입력
2015.10.0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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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사태’와 비슷해 보이지만

형식ㆍ실질 양면의 명분 확고해

챙길 전리품이 마땅찮은 건 문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진행중인 농어촌 지방 선거구사수 농성장을 찾아 농성중인 황영철 의원과 대화를 마친 뒤 본관을 나서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진행중인 농어촌 지방 선거구사수 농성장을 찾아 농성중인 황영철 의원과 대화를 마친 뒤 본관을 나서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청와대와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의가부(可否)를 둘러싼 대결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추석 연휴 기간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회동, 잠정 합의에 이른 돌발적 상황의 결과다. 김 대표의 기습전(奇襲戰)에 잠시 어리둥절했던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귀국을 기다려 대대적 반격에 나섰지만, 7월의 ‘유승민 사태’때와는 달리 약효가 없다. 김 대표가 멈칫하고 물러서기는커녕 정면으로 청와대 주장을 맞받아치며 끝까지 싸워 이겨낼 태세다.

대결 형식과 쟁점의 내용 등 양면으로 ‘유승민 사태’와는 달리 자신에게 압도적 명분이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김ㆍ청(金ㆍ靑) 대결’은 그때와는 분명히 다르다. 우선 양측이 다투는 정치적 이해가 사활적이다. 반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의 공천주도권 싸움이어서 행정입법에 대한 입법부의 통제권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수 있느냐던 ‘점잖은’ 싸움에 비할 바 아니다. 당시는 청와대 및 친박(親朴) 세력과의 장기적 갈등이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물러서야 했다. 그러나 선거에 미칠 악영향이 아니라 공천 여부가 곧바로 걸린 싸움이어서 비박(非朴) 의원들의 전의(戰意)가 사뭇 달라 그의 마음을 든든하게 하고 있다.

또한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박 대통령이 당연히 정면에 나서야 했던 당시와 달리 이번 사안에는 박 대통령이 드러내 놓고 나서기 어렵다. 새누리당 당헌ㆍ당규는 국회의원 등 공직 후보자의 최종 추천권을 당 대표에게 주고 있다.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친박의 결속력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비박의 결속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이중으로 증폭된 효과를 나타낸다.

당장 김 대표의 대응 방식에서도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관계자가 역선택 우려를 비롯한 다섯 가지 문제점을 들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분명한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누가 봐도 박 대통령의 뜻을 옮겨 담은 의견이었지만, 밝히는 측이나 듣는 측 모두 ‘대통령 생각’이라고 입에 담을 수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가 견해를 밝힌 것만으로 ‘과도한 정치개입’ 논란을 부르는 정치상황이 고려된 결과였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여론조사 응답률이 2%도 안 된다는 지적 이외에 청와대 지적은 모두 틀렸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청와대 관계자가 여당 대표를 모욕해서 되겠는가, 오늘까지만 참겠다”고까지 거침없이 밝혔다. 직접적 화자(話者)의 격(格)의 다름이 빚어낸 커다란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권’와 달리 찬반양론이 팽팽하지 않은 쟁점이다. 이미 여론은 정당 정치의 본질을 해친다는 등의 전문가적 반론보다는 ‘상향식 공천 혁명’이라는 명분에 기울어 있다. 야당 재생 방안을 검토한 ‘김상곤 혁신위’의 안이라는 점에서 개혁 색채가 부각돼 온 것도 한 요인이다.

한편으로 최근 사위 마약 문제 등으로 영향력이 쇠퇴한 김 대표에게 이번 싸움은 여론의 눈길을 잡아 끌 좋은 기회다. 그는 “절대 전략공천은 없다”고 못박는 등 결단력을 잇따라 내비쳤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적극적 지지도 얻었다. ‘친박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철회 요구는 아예 못들은 척했다. 그가 좀처럼 보여주지 못했던 단호한 모습이다.

‘김의 전쟁’은 그만큼 승산이 크다. 다만 승리로 얻게 될 전리품이 마땅찮다. 내심 대권 주자로서의 이미지 부각을 염두에 두었겠지만, 공천주도권 다툼의 결과를 두고 특별히 박수를 칠 국민은 드물다. 과거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 문제에서 보듯, 국민은 풍설과 가십성 정치담론에 의해 형성된 이미지를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나중에 사실관계가 달리 확인돼도 한번 박힌 부정적 이미지는 거의 그대로 남는다. 이번 대결의 승리로 청와대 및 친박과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되는 손실을 감안하면 그의 전리품은 더욱 빛이 바랜다.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앞으로도 한동안 골머리를 앓게 생겼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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