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4년 체류한 김진향 교수

국내 유통 속옷 90%는 개성공단産

공단 더 지으면 '제2 한강 기적' 성장

'통일 대박'이라지만 정부 행동 없어

김진향 교수는 "평화 통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상호 존중과 상대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향 교수 제공

“개성공단이 ‘북한 퍼주기’라니 말도 안 됩니다. 우리가 북한보다 몇 배, 몇십 배를 더 퍼오고 있는데 그걸 다들 모릅니다. 남과 북이 경제적으로 협력하면 한 번도 겪어보지 경제 대도약을 할 수 있어요.”

북한ㆍ통일문제 전문가로 4년간 개성공단에 체류하며 대북협상을 담당했던 김진향(46)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22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과 실재의 간극이 너무 커서 “4년간 체험하며 알게 된 것을 말하면 정신적 폭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괴로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6월 출간한 ‘개성공단 사람들’에서 남과 북이 상호존중하며 평화를 만들고 경협을 이어간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이득이 생기는지 조목조목 밝혔다. 그가 취재작가 3명과 함께 내놓은 이 책은 개성공단에서 일했거나 현재 일하고 있는 남측 주재원 9명의 목소리를 담았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전략담당관과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정책실 행정관을 지냈다. 그가 이 책을 쓴 건 북한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서다. “정부 장ㆍ차관들이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아는 것 같습니까. 주무부처인 통일부나 국정원도 마찬가집니다. 모두들 북한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만 말해요. 모른다는 자기 고백을 스스럼 없이 하는 거죠. 총체적 문제란 걸 그때만 해도 저 역시 몰랐습니다. 북한을 연구한 학자로서 북한에 가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개성공단으로 가게 됐습니다.”

그가 개성공단에 머문 4년은 북한 노동자들과 마음을 열고 대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김 교수는 북한의 체제와 구조, 사고방식부터 사회주의혁명, 핵문제, 식량난, 탈북자 등 “할 말, 안 할 얘기 다 했다”고 했다.

개성공단이 북한보다 우리에게 더 이롭다는 건 수치로만 봐도 분명하다.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건 개성공단에 하청업체를 둔 기업들이다. 연간 북한에 들어가는 임금과 세금 1억달러(1,200억원)로 개성공단에서만 5억달러의 생산액을 올리고 실제 소비자가 기준으로 하면 20억~3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1억달러를 투자해 수십억달러를 벌어오는 셈이다. 월급이 15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북한의 노동력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가장 많이 버는 업체는 국내 유명 의류업체들일 겁니다. 아웃도어 의류는 대부분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요. 국내 유통 의류의 30%, 속옷의 90%를 개성공단에서 만듭니다. 2년 전 개성공단이 6개월 정도 문 닫은 적이 있는데 당시 개성에서 사업하던 기업체 사장들이 노동력이 싸다는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을 다 돌았는데도 공통적으로 ‘개성공단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곳은 없다고 말하더군요.”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월급은 2004년 50달러로 출발했다. 남측이 제시한 200달러를 25% 수준으로 내린 것이었는데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시한 것이었다. “개성공단을 빨리 성공시켜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어 실질적 경제공동체로 나아가야 남과 북의 평화를 구조화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돈줄로만 봤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북측이 러시아나 중국으로 보내는 노동자가 월평균 300달러 이상의 임금을 받으니까요. 북한의 불만은 우리가 2008년 이후 개성공단을 전혀 확장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애초에 3단계까지 2,000만평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1단계 100만평의 40% 정도에 머물러 있어요. 5ㆍ24조치 때문이라지만 북측은 개성공단이 본래 모습에서 많이 이탈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률 상한선을 없애자고 요구합니다. 남북관계가 정상화하지 않으면 계속 시끄러울 수밖에 없어요.”

김 교수는 ‘천문학적 수치의 통일 비용’도 적대적 흡수 통일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런 통일은 재앙입니다. 통일비용이라는 건 북한이 망했을 때의 이야깁니다. 적대적 분단 상태를 정치적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존속시키려는 세력의 주장이에요. 2000년 6ㆍ15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내용대로 상호 존중하고 연합 단계 속에서 통일한다면 소모적인 돈이 들 일이 없습니다. 개성공단을 10개, 20개 지으면 우리 경제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며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김 교수는 북측을 바라보는 우리의 냉전 시각이 바뀌지 않으면 적대적 분단 상황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주의적 인식의 단초는 북한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것인데 무조건 불온시하고 종북으로 몰면 모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는 통일이 대박이라고 하지만 말뿐이지 실질적으로 하는 게 없습니다. 북한의 실재 모습을 감추지 말고 공유해야 합니다. 북의 대남전략, 대중국전략을 알아야 우리도 대응 전략을 짤 수 있지 않습니까. 북의 사회ㆍ경제적 변화를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북에선 식량을 자급자족한다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경제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야죠.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가져간 시장을 어떻게 가져올 것인지 궁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통일을 갈수록 더 멀어질 겁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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