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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호동이 아니라서 좋다

입력
2015.09.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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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가 2,000만 건을 넘어섰다. 나영석 tvN PD가 만들고 네이버TV 캐스트에서 방영하는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 말이다. 5~10분 정도의 짤막한 영상을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즐기는 터라 많은 이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접속해 본다. “볼 만하다” “재미있다”는 댓글이 달리면서 호기심에 클릭하는 이들도 많다. 한 시간 이상 TV 앞에 앉아 연예인들이 떠드는 영상에 질렸을 시청자들에게는 분명 실험적인 영상물이다. PPL(간접광고)이나 거친 멘트(‘상암동 베팅남’ 등) 등 거슬리는 면이 있지만, 강호동의 재기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만큼은 흥미롭다.

세금 탈루 의혹 이후 지난 2년은 강호동에게 쓰디쓴 약이었다. KBS2 ‘달빛 프린스’ ‘투명인간’, MBC ‘별바라기’가 줄줄이 폐지돼 ‘강호동 시대는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현재 방영 중인 KBS2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는 ‘1박2일’ 식의 호통개그나 양육강식 개그로 후배들을 괴롭혀 불편하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있다. 수영에 도전하는 최근 방송에선 무리하게 이재윤의 윗옷을 벗겨 민망한 상황을 만들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오면 버럭 화를 내는 모습 때문이다. ‘옛날 개그’ 그대로다.

그런데 ‘신서유기’에서만큼은 강호동이 그 강호동이 아니다. 후배들에게 잘 봐달라며 90도로 인사하는 것 물론이고 어설프나마 두 달 배웠다는 중국어를 더듬더듬 이어가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후배들에게 무시를 당한다 싶으면 가차없이 주먹이 먼저 나가거나 몸으로 제압하는 ‘1박2일’식 개그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막내 이승기의 직설화법에 눈치를 보는 강호동이라니 시청자 입장에선 충격 그 자체다. 늘 중심에 서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던 욕심도 버린 듯하다. 그는 “왜 여기서 진행을 하려고 그래?”라고 쏘아붙이는 은지원에게 은근히 꼬리를 내린다. 강압적인 강호동의 모습은 ‘신서유기’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렇게 막말해도 되느냐?”며 두 눈을 토끼처럼 뜬 강호동이 있을 뿐이다.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그런 그를 향해 “인간적이다”며 보듬는 분위기다.

지난달 먼저 지상파 방송을 탈피해 종편으로 간 유재석과 조금은 다른 평가다. 유재석은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통해 옛 가수를 찾고 히트곡을 현대적으로 편곡해 선보이는 도전을 했다. 시청률은 1~2%대로 그럭저럭한 수준이었고 10월 정규방송으로 편성됐다. 그러나 90년대 대중가요와 토크쇼가 혼합된 ‘투유 프로젝트’는 그간 유재석이 가장 잘하는 것만을 섞어 놓은 종합선물세트라는 점에서 “안정적인 도전”으로 평가받을 뿐 새로운 도전이나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종편이나 케이블 채널을 건너 뛰고 인터넷으로 진출해 ‘바닥까지 간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던 강호동이 오히려 변신에 대해 많은 점수를 얻고 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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