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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미래 한국의 새로운 얼굴

입력
2015.09.1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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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한국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키워드는 ‘다문화’이다. 한국 시장이 외국인들에게 개방되고 있는 만큼 외국인들이 예전보다 한국에 더 많이 들어오는 추세다. 잠시 근로계약을 맺고 일정 기간 일한 후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아예 한국사람과 결혼해 한국에 정착하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오래 산 나에게도 이 경향이 뚜렷하게 보인다. 한국 사회가 점차 변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2013년 행정자치부의 ‘외국인주민 현황’ 조사에 따르면 결혼이민자 및 혼인귀화자 75만명이 국내에 상주한다. 임시 체류 중인 외국인 수까지 합하면 100만명을 넘는다. 한국 인구의 2% 정도가 한국 국적이 아닌 외국인이라는 것이다. 호주나 캐나다와 같은 이민국가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단일민족 국가인 한국으로서는 엄청나게 큰 숫자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한결 같이 나온다.

국제결혼에 대한 의식은 정말 많이 변했다. 2003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듯 하다. 더 놀라운 것은 한국사회 전반에서 외국인들의 생각과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주 뚜렷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전국에 다문화가족 센터들이 생기고 방송에서도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이 만만치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녀들의 수다’가 외국인에 대한 생각을 바뀌게 한 디딤돌이었고 요즘은 ‘비정상회담’, ‘이웃집 찰스’ 등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나 역시 이런 변화를 피부로 느낀다. 예전에는 은행에 들어가 말을 걸면 직원이 얼굴이 빨개져 당황하면서 영어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으러 벌떡 일어나 뛰어 나갔다. 요새는 아무렇지도 않게 ‘Small Talk(가벼운 대화)’를 하면서 한국인 고객과 같은 대우를 해 준다. 한국 사회의 한 부분이 되어 버린 나에게는 이 같은 변화가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는 더더욱 그렇다. 모르는 것 앞에서 두려움이나 무서움을 느끼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어서, 사회가 다문화로 변해 가는 모습을 싫어하는 사람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요즈음 러시아나 유럽의 사례를 보면 이를 아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경제, 인종, 종교 등을 이유로 한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 대목을 완전히 부인할 수 없지만, 그 때문에 반대로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얻는 확실한 이득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다양성(diversity)’이다. 역사를 살펴 보면 외부 세계에서 고립된 사회가 번창한 사례를 찾아 보기 힘들다. 다른 국가와 활발한 교류를 하면서 지내온 국가들이 발전한다. 그래야 경제적인 이상을 실천할 수 있고 적대국과 당당하게 맞설 가능성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다른 문화나 다른 사고방식을 받아들여야 사회는 더 강해진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말은 ‘변화’다. 변화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언제나 있지만 좋은 결실로 이어질 기회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런 좋은 점에 집중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 대목에서 벌써부터 좋은 결과를 내고 있음에 틀림 없다.

내 주변에도 다문화가족들이 있다. 같이 러시아에서 온 친구들이 여기서 공부하거나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사람과 연애 하고, 그러다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들을 보면서 역시 사랑에는 여권 색깔이 아무 상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신기한 게 하나 더 있다. 이렇게 인종이 서로 다른 부모 사이에 난 아이들은 참 예쁘다는 것이다. 결혼해 아이를 갖고 싶은 나로서는 부럽기 그지 없다. 이런 아이들이 바로 미래 대한민국의 새로운 얼굴이 아닐까. 더 다양해진 한국, 더 강해진 한국의 모습이 아닐까.

일리야 벨랴코프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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